해프닝으로 끝난 '승부조작 제명' 강동희 사면 추진

입력
2021.06.15 15:39
수정
2021.06.15 15:4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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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한국농구연맹(KBL) 재정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위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승연 한국농구연맹(KBL) 재정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위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조작으로 프로농구에서 영구 제명된 강동희(55) 전 원주 동부(현 원주 DB) 감독의 사면 추진이 무산됐다.

KBL(한국농구연맹)은 15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어 강 전 감독에 대한 제명 징계 해제안을 두고 심의한 결과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정위는 "강 전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로서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해 국위선양에 기여한 점과 징계 후에도 지속해서 강사로 활동하며 후배 선수들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하나 현시점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스포츠 환경 조성을 위해 본 안건을 기각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사안에 대해 재논의하지 않겠다는 게 KBL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해프닝이다. KBL은 전날 뜬금없이 이번 심의를 예고하더니 재정위를 열고는 기각했다. 강 전 감독은 동부 사령탑으로 있던 2011년 2∼3월 프로농구 정규리그 일부 경기에서 브로커들에게 4,700만원을 받고 경기 후보 선수들을 투입하는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2013년 8월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9월 KBL에서 제명됐다.

그런데 최근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을 비롯한 농구계 인사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KBL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강 전 감독이 형을 마친 뒤 프로스포츠협회 부정방지 교육 강사, 각종 봉사활동, 강동희 장학금 수여 등 활동 등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고 하나 승부조작은 쉽게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다.

KBL의 재심의 소식이 알려지자 농구팬들의 비난이 일었다. 스포츠맨십을 짓밟고 프로농구 위상을 크게 떨어뜨린 강 전 감독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로 징계를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결국 재정위는 싸늘한 여론에 부담을 느껴 기각을 결정했다. A구단 사무국장은 "농구인들 사이에서도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안이었다"면서 “애초에 여론을 보고 결정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만약 강 전 감독의 징계가 해제됐더라도 실형을 산 점 등에 비춰볼 때 현실적으로 지도자 등으로 농구 현장에 복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강 전 감독이 복권을 희망한 건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농구인으로 명예 회복을 바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측근 농구인, KBL의 어설픈 시도로 명예롭지 못한 과거만 다시 각인되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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