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석열·이재명… '0선 전성시대'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21.06.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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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14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14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이재명, 윤석열.

정치 권력의 정점에 도달했거나 도달을 앞둔 이들의 공통점은 국회의원 경력이 전무한 ‘0선’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0선은 '경험 부족' '자격 미달'의 동의어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으로 0선의 지위가 확 바뀌었다.

이준석 대표는 대표 경선에서 4, 5선 경력으로 무장한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의원을 눌렀다. 경쟁자들은 0선을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삼았지만, 당심도 민심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0선=정치 쇄신, 다선=고인물'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차기 대선후보 1위를 놓고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도 단 적이 없다. 잠재적 야권 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0선의 전성시대'다.

이재명 지사도 2017년엔 0선이 단점으로 꼽혀

이재명 지사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그의 0선은 치명적 약점으로 꼽혔다. 경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과 국회 경험이 있는 제가 대통령을 잘 할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초선 의원 출신이다.

그러나 요즘 이 지사의 '의원 경험 없음'을 대선후보 결격 사유로 꼽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민주당의 다선 의원들이 여럿 이 지사를 돕고 있다.

'0선 돌풍'은 민주당 운영 방식도 바꾸고 있다. 14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참석자들의 발언 순서를 바꿨다. 0선인 이동학 최고위원에게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에 이은 세번째 발언권을 줬다. 지명직인 이 최고위원의 발언 순서는 평소 맨 꼴찌였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당 대선기획단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몸값의 수직 상승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배우한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 배우한 기자


전문가들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사람 바라는 것"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징검다리로 거쳤다. 요즘 들어 '국회의원 무경력'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새 얼굴'에 대한 선호도가 어느 때 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다선의 경륜이 더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구태로 여겨진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21대 총선이후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목격한 국민들이 대의제 복원을 희망하고 있다"며 "복원의 적임자로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사람을 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회 정치 후퇴 부작용 우려도

혜성처럼 등장한 정치 아웃사이더의 서사가 늘 좋은 결말을 맺은 것은 아니다. 의회 정치 경험이 전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포퓰리즘을 '대중과 대통령의 직접 소통'으로 포장하며 국회를 패싱하는 정치를 했지만 결과는 재선 실패였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하며, 본인 마음대로 되는 것이 의외로 많지 않다"며 "야당과 얼굴을 맞대는 국회 경험 없이 수직적인 구조로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장 경험만 가지고 대통령을 하면 불행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0선 돌풍에는 정당 정치와 의회 정치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는 그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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