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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자 보호조치 소홀" ...직장 괴롭힘에 사업주 첫 징역형 '매운 맛'

입력
2021.06.14 16:30
수정
2021.06.16 05:5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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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 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직장 갑질.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갑질.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회사가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의 절차를 잘 지켰는지를 따져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는 법규다. 가해자에 대한 직접 처벌 규정이 없을뿐더러,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조차 드물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사건 1,897건(처리 중 사건 490건 제외) 중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7건에 불과했다. 수사기관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판단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전체 0.4%도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로 처음으로 징역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이 나와 노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단독 임창현 부장판사는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식당 위탁운영업체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이 회사 관리자 B씨는 C씨에게 입사 신고식 명목으로 회식비를 강요하고, 자신의 말을 안 듣자 “눈알들이 다 빠져라” 같은 폭언을 쏟아냈다. A씨는 이 사실을 알고도 B씨에게 견책징계만 내렸고 C씨를 해고했다. 이에 C씨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회사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벌금 200만 원 약식명령을 내렸다. 예상 밖으로 약식명령이 적당치 않다고 본 법원은 정식 공판 절차를 진행,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과정 중 C씨를 복직시켰다며 피해가 복구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해 근로자가 본사에 피해를 호소한 이래 회사가 취한 조치는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며 “A씨의 경영마인드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했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피해자를 도운 박윤준 충북 음성 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은 "2년 전 사건인데도 피해자는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 판결" 이라고 강조했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운영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가 죽음을 택할 수도 있게 하는 중범죄라는 점을 수사당국부터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자살사망자 1만3,216명 중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에 따른 사망자는 487명이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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