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지침 해제, 우주행 장애물도 제거됐다

입력
2021.06.14 19:00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 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2018년 누리호의 엔진시험발사체 발사 장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근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지난 42년간 지속돼 온 한미 미사일 지침이 완전히 종료되었다. 한국과 미국은 1979년 10월에 미국의 미사일 기술을 이전해 주는 대가로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데 합의했었다. 그런데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 해제를 전격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고 있던 사거리 제한과 탄두 중량 제한, 고체 연료의 사용 제한이 사라졌다. 이제 한국은 공중과 해상에서 위성을 쏠 수 있는 발사체도 개발할 수 있다. 앞으로 소형위성과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국방 목적의 고체 연료를 활용한 발사체 사업이 늘어날 것이다. 미사일 지침 종료로 한국의 방위 능력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주권 국가로서 지극히 당연한 자주 국방의 권리를 되찾은 만큼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미사일 개발에 대한 족쇄 해제는 비단 국방뿐 아니라 우주 탐사에 있어서도 매우 희소식이다.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는 최근 급변하는 주변국들과 정치적 변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미사일 능력이 향상되면, 북한과 중국도 한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즉, 동북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고려해서 미국이 이번에 미사일 지침 해제를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순수하게 한국의 우주개발을 지원하려고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중국의 탐사선 텐허가 화성에 도착하고 로버 주룽이 착륙하면서 미중의 우주경쟁이 본격적으로 점화했다. 중국의 독자 우주정거장 텐궁도 일정에 맞춰서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 중이다.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우주굴기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국의 미사일 지침 해제가 결정되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북한은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는 고의적인 대북 적대 정책이라며 미국과 한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미사일 지침 해제는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에 있어서 그동안 큰 장애물이었던 고체 발사체 개발을 가능하게 해준 가뭄의 단비 같은 조치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우주 분야가 확실히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NASA와의 국제 협력으로 ‘달 궤도선(KPLO)’를 내년 8월에 발사할 예정이다. 또한 한미 협력으로 위성항법 위성을 개발하고,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 개발, 민간 발사장 구축 등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 NASA의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미션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기 위한 약정서에 과기정통부 장관이 서명을 하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과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게 만들기 위해서 최근 국가우주위원회에서는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안’을 심의, 확정했다. 심의 내용에는 ‘초소형 위성 개발 로드맵’과 6G 시대를 준비하는 ‘위성통신 기술 발전전략’도 포함되어 있다. 초소형 위성은 작은 위성 여러 대를 군집으로 운용하면서 동일 지점을 더 짧은 주기로 재방문할 수 있고, 단기간, 저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한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현재 우주 산업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의 영역이었던 우주가, 이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인해 우리나라 우주 탐사의 큰 장애물이 제거되었으니, 민간의 참여를 견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화성, 소행성 등의 심우주 탐사를 대비할 준비가 된 것이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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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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