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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차별 존재한다는 '이남자'... '남성 우월주의' 오륙남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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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여성과 남성은 서로 "내가 성차별의 피해자"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 남성들은 '남성 차별'을 실존하는 문제로 본 반면, 5060세대 남성들은 대체로 '성차별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성차별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세대간 인식차가 난다는 뜻이다.
다만 2030세대 남성과 여성의 인식차를 '젠더 갈등'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2030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는 돈 벌고, 여자는 가정을 돌본다'는 도식을 남녀 모두 거부했으며, 출산·육아 부담과 군복무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도 남녀 차이가 거의 없었다.
요컨대, 2030세대 남녀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싸운다는 '세대 내 젠더 갈등 프레임'이 편의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여론조사(지난달 25~27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20대 여성 84.1%가 동의했다. 20대 남성은 38.0%만 수긍했다. 30대 여성(83.1%)과 30대 남성(47.9%)의 견해차도 컸다.
2030세대 남성 역시 스스로를 성차별 피해자로 인식했다. '남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가'를 두고 20대 남성의 78.9%와 30대 남성의 70.0%가 공감했다. 20대 여성(33.4%)과 30대 여성(54.2%)은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
여성 차별에 대한 5060세대 인식에는 성별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에 공감한 비율은 50대 남성(51.6%)과 50대 여성(72.8%), 60세 이상 남성(50.9%)과 60세 이상 여성(64.0%) 사이에서 2030세대만큼 현격한 차이가 없었다.
'남성 차별의 심각성'에 동의한 비율은 5060세대 남녀 사이에서 모두 30~40%대였다. 남성 차별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세대·성별을 통틀어 2030세대 남성 뿐이라는 뜻이다. 이는 취업, 결혼, 아파트 구입 등 '번듯하게' 살 기회를 박탈한 경제사회적 현실에 대한 2030세대 남성, 즉 '이남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다.
소수자로서의 여성이 받는 차별에 대한 인식을 놓고도 2030세대 남녀의 차이가 확연했다. ‘여성은 가부장제와 성차별 때문에 남성에 비해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낮다’는 데 대해 20대 남성의 27.4%, 30대 남성의 37.6%만 동의했다. 20대와 30대 여성은 각각 80.7%와 67.2%가 공감했다. 5060세대 남성들은 50% 이상이 수긍했다.
‘여성은 노력한 것에 비해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 비율도 20대 남성은 18.2%, 30대 남성은 30.4%에 그쳤다. 20대와 30대 여성의 동의율은 각각 73.7%, 68.9%였다. 가부장제·남성 중심주의로 인한 구조적 성차별을 2030세대 남성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연구위원은 “개인의 성공이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경쟁 시장이 대학 입시와 취업인데, 최근 2030세대 남성은 여성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가 약자인데, 왜 강자 취급하느냐’는 불만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에게도 교육 기회가 열린 이후 학교시험 점수, 고시 합격률 등 성공 여부가 지표로 확인되는 소수의 분야에서 이른바 '똑똑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2030세대가 성별 이기주의 빠져 제한된 파이를 놓고 적대한다는 프레임은 다소 왜곡된 것으로 나타탔다. 2030세대는 남녀 모두 '공정한 보상'을 중시했다. 가령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지원ㆍ보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20대 남성의 75.9%와 30대 남성의 74.3%가 동의했다. 반대로 군복무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에 대해 20대 여성의 57.9%와 30대 여성 66.7%가 동의했다. 군복무 가산점제의 위헌 여부와 상관 없이 '보상이 필요하다'는 개념에 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2030세대는 가부장적 성역할에 묶여 있지 않았다. ‘육아의 일차적인 책임은 여자에게 있다’에 공감한 20대와 30대 남성은 각각 18.7%와 21.2%였다. 이는 50대 여성(30.1%)과 60세 이상 여성(36.8%)보다 낮은 수치다. 또 ‘가족 생계의 일차적인 책임은 남자에게 있다’를 놓고 20대 여성의 14.8%와 30대 여성의 23.9%만 동의했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어른스러워진다’ ‘여자는 화장이나 옷차림에 남자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를 놓고도 2030세대가 반대한 비율은 성별과 상관 없이 높았다. 반면 5060세대는 여전히 고정된 성역할이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디어는 2030세대 남성을 '열악한 현실에 대한 분노에 휩싸여 5060세대 기득권 남성과 동조화하는 집단'으료 묘사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뜻이다.
정한울 전문연구위원은 “그런데 남성 중심 인터넷 커뮤니티, 일부 페미니즘 진영에서 상대 집단을 악마화하고 일부 정치인들이 혐오 논리를 재생산하면서 2030세대 남녀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일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한 URL 발송) 방식으로 실시했다.
총 256개 문항을 설계해 △국정 인식 △공정 △안보 △젠더 등 폭넓은 주제들을 다양한 가설을 통해 검증했다. 세대론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만큼, 세대 간 차이 및 세대 내 이질성을 집중 분석했다. 이번 조사처럼 방대한 문항을 묻는 데는 전화조사나 면접 조사에 한계가 있어 웹조사 방식을 활용했다.
①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메일·문자·카카오톡·자체 개발 앱으로 설문을 발송했고 ②중복 응답을 막기 위해 1인당 조사 참여 횟수를 제한했으며 ③불성실한 응답을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 등을 실시했다.
한국리서치 웹조사 담당 연구진이 조사 전반을 관리해 품질을 높였다. 국승민 미국 오클라호마대 교수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조사 설계와 분석에 참여했다.
조사 기간은 5월 25~27일, 대상은 전국 만 18세 성인 남녀 3,000명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다. 2021년 4월 정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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