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 타고 출근한 이준석… '여의도 문법 깨기'는 계속된다

입력
2021.06.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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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따릉이, 노타이, 배낭.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의 첫 출근길 모습은 검은색 세단 안에 몸을 누이고 느긋하게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여느 여의도 정치인의 출근과는 확실히 달랐다. 두고 볼 일이지만 이 대표는 앞으로도 기성 정치의 틀을 깨는 창의적 행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은 세단' 대신 '따릉이' 타고 국회 출근

13일 오전 이 대표는 백팩을 메고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에 몸을 실은 채 국회로 들어섰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후 첫 출근길이다.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로 익숙한 듯 자전거를 거치대에 반납하는 장면은 당대표 전용 차량에서 내리던 전임 대표들과 뚜렷이 대비됐다. 그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도 지하철과 자전거를 타고 일정 대부분을 소화했다. 이 대표 측은 “실용이 이 대표의 철학”이라며 “앞으로도 대표 일정을 효율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따릉이를 언제든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표가 백팩을 메고 따릉이를 타니 당이 젊어진 것 같아 좋다”고 호평했다.

이 대표는 '알뜰 선거운동'으로 정치권의 관례를 한 번 더 깼다. 그가 전당대회기간 지출한 선거운동 비용은 약 3,000만 원. 이 대표가 소액모금을 통해 모았던 1억5,000만 원의 후원금에 5분에 1밖에 쓰지 않았다. 당원 문자 발송때마다 수천만 원씩 소요되는 기존 선거 방식에 비춰보면 파격이다. 이 대표 측은 “소규모 인력으로 SNS 중심 선거 운동을 하면서 문자 발송 등 비용이 많이 드는 홍보는 지양했다”며 “남은 후원금은 당에 전달해 토론배틀 등 공약 이행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주요 당직 인선 논의를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주요 당직 인선 논의를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첫 공식일정도 '이전과 다르게'

첫 공식 일정도 차별화가 느껴진다. 이 대표는 14일 천안함ㆍ연평해전 용사들이 안치돼 있는 대전 현충원을 찾는다. 이 역시 당선 직후 서울 현충원을 방문해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보수정당 대표들의 관례에 어긋난다. 그는 ‘안보’라는 보수진영의 전통 가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군복무 시절 천안함과 연평해전의 긴장감을 체감했던 2030세대에 다가서는 진정성을 보여줄 목적으로 대전 현충원을 첫 방문지로 택했다. 이 대표는 앞서 9일 천안함 생존 장병들과 유가족들을 만나서도 눈물을 흘리며 “당대표가 되면 다시 찾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같은 날 광주로 향해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도 방문할 예정이다. 보수정당 대표가 공식 일정 첫날부터 호남을 찾는 것도 이례적이다. 국민의힘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호남 동행’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의 ‘여의도 문법 깨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공개 토론배틀’을 통해 신임 대변인을 뽑겠다는 예고가 대표적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조력한 이들에게 ‘전리품’을 나눠주는 관행을 타파하고, 일종의 경쟁 입찰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기존의 당대표 업무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 활동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파격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 갈래다. 제1야당 젊은 수장의 탈(脫)권위가 일반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변화의 정도가 형식에만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 전반의 변화를 어떻게 추동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라며 “탈권위주의 행보가 포퓰리즘으로 비치지 않도록 당대표에 걸맞은 격식과의 조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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