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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당수의 성공작과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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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마거릿 대처 총리 시대 이후 거의 몰락하다시피 했던 영국 보수당이 2010년 정권을 다시 잡는 과정에서 2명의 30대 당수를 배출했다. 1997년 36세라는 파격적 나이에 당수로 선출된 윌리엄 헤이그는 좌충우돌 끝에 쓴맛을 봤지만 2005년 39세로 당권을 잡은 데이비드 캐머런은 보수당 재건에 성공했다. 36세의 이준석 당 대표 탄생으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헤이그가 30대 당수의 어두운 그늘이라면 캐머런은 긍정적 미래다.
□ 헤이그는 1997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충격적 참패를 당해 18년 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내준 후 당수에 올랐다. 1783년 이래 보수당 사상 가장 젊은 당수였다. 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당의 쇄신을 이끌지 못했고 신구 결속에도 실패했다. 2001년 총선에서도 보수당이 참패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30대 당수는 쓰라린 실패작이었다.
□ 당시 보수당의 파격적 실험은 40대 초의 토니 블레어가 노동당을 혁신한 데서 자극받은 측면이 컸다. 헤이그는 영국 정치권을 휩쓴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당권을 잡았으나 잦은 말 실수와 유치한 선전,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리더십은 실추됐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선 헤이그가 표를 얻기 위해 아무 말이나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세대교체가 내실 없이 그저 연령 교체만 의미한다면 변화가 아니라 혼란만 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 보수당의 진정한 혁신은 또 다른 30대 당수 캐머런에 의해 이뤄졌다. 캐머런은 시장을 중시하는 보수당의 전통 위에 약자를 배려하는 진보적 색채를 가미했다. 그의 ‘온정적 보수주의’는 중도층으로 당의 기반을 넓히는 성과를 낳았다. 보수당은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13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고, 캐머런은 43세의 나이로 총리에 올랐다. 이준석 대표의 행로에도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는 듯하다. 선을 넘는 튀는 발언으로 좌충우돌하는 이미지만 준다면 헤이그의 전철을 밟겠지만, 쇄신과 유연성으로 당의 기반을 넓힌다면 캐머런의 길 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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