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선에… 다시 꿈틀대는 민주당 '86그룹 용퇴론'

입력
2021.06.13 2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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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회의원실 보좌관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당정청회의,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방역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회의원실 보좌관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당정청회의,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방역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6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으로 불어온 정치권 세대교체 바람이 더불어민주당의 ‘86그룹 용퇴론’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세대교체 없이 대선을 치르기도, 승리하기도 어렵다는 점엔 누구나 공감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86그룹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으로 전두환 군부정권에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학생운동가 출신 정치인을 가리킨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와 우상호 의원,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대표 인사다. 이 밖에 조정식, 윤호중, 김태년, 박완주, 송갑석, 최종윤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도 86그룹 내지는 범 86그룹으로 분류된다.

"86 정치인들이 정치·경제 자원 독점" 비판

86그룹은 2019년 조국 전 장관 사태 당시 전방위 퇴진 압력을 받았다. 민주당에는 86그룹보다 연배가 높은 1950년대생 정치인도 적지 않지만,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해 길게 정치권에 머문 86그룹이 주 타깃이 됐다. 고도 성장기를 누린 마지막 세대로서 4선ㆍ5선씩 의회 권력을 장기간 장악하며 젊은 세대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인데, 당시 86세대가 정치ㆍ경제적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송영길 대표 당선으로 86그룹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듯했으나,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수장으로 선출되면서 세대교체 압박에 직면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단순히 86그룹의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공유한 운동권 정서가 시대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준석 대표 등장으로 더 극적인 대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86그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그저 지도부 나이가 야당보다 많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나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한다. 86그룹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1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86그룹의 시대정신이 문제라면 용퇴를 하는 게 맞지만, 50대가 세대교체 대상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당의 질적 혁신을 이뤄내라는 뜻이지 연령을 바꾸는 게 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70년대생 이후 정치인들도 비슷

더 큰 문제는 86그룹이 용퇴해도 이들의 ‘대체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1970~80년대생 현역 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그간 새로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당 주류와 보폭을 맞추는 데 집중해왔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지난달 조국 전 장관 사태를 반성한 초선 의원 5명을 ‘초선 5적’으로 몰아붙인 데서 보듯, ‘원보이스’를 강조하는 당내 분위기가 초래한 결과라는 비판이 많다.

새 시대 기수를 자처하며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1971년생 박용진 의원은 이날 본보에 “나이가 젊다고 세대교체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라며 “젊은 의원들이 국민 상식에 맞춰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경선 당시 당원 투표에서는 1위를 했지만, 결국 민심이 (이준석 대표라는) 변화를 선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젊은층의 용기와 이를 뒷받침할 토양이 두루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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