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이준석 바람’ 이끈 '이남자 현상'은 과대포장됐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헌정 사상 최연소(만 36세) 원내 교섭단체 정당 대표라는 새 역사를 쓰면서 '이남자(20대 남성)'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준석 바람'이 4·7 재·보궐선거를 전후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의 급부상은 이남자를 겨냥한 '안티 페미니즘' 등 갈라치기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이 동력이라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5~27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역차별을 느낀다는 이남자 현상은 실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과대포장된 측면이 다분했다. 3040세대 남성들도 비슷한 인식을 보여 안티 페미니즘을 20대 남성의 전유물로 규정하기는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20대가 공정·경쟁에 더욱 민감하다'는 인식과 달리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 비해 보다 경쟁 지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청년들이 추동하고 있는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의 근원을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함의를 주는 결과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20대 남성을 비롯한 2030세대에 대한 오해와 통념을 걷어내고 보다 객관적이고 정교한 분석틀로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조사에서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에 거부감이 든다'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2.7%였다. 남성이 62.7%로 여성(42.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5.8%였고, 남성(29.7%)보다 여성(41.7%)이 많았다.
페미니즘에 반감을 드러낸 남성 응답자를 세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77.3%로 가장 높았고 △30대(73.7%) △40대 65.9% △60대 이상(51.7%) △50대(51.4%) 순이었다. 이남자에 해당하는 20대 남성 못지않게 30대, 40대 남성도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얘기다.
'페미니즘은 남녀 평등보다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도 유사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50.6%(남성 61.9%·여성 39.6%)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38.8%(남성 31.0%·여성 46.4%)보다 많았다. "동의한다"고 답한 남성 응답자를 세대별로 분석하면, △20대 75.9% △30대 67.7% △40대 68.1% △50대 52.6% △60대 이상 50.7%로 남성 역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은 20~40대 남성 사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전세대적으로 접근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정치권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20대 남성만을 타깃으로 하면서 '20대 남성의 문제'로만 만든 측면이 크다"며 "이는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 요소"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이 유독 극단적인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보인다는 정치적 대표 과정의 왜곡이 20대 남성에 대한 혐오로 연결됐다"고 지적했다. 즉, 3040세대 남성들에게도 해당되는 비판이 20대 남성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정 세대를 향한 '막연한 오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2030세대가 '경쟁과 공정' 이슈에서 가장 민감하다는 통념도 빗나갔다.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인 보안검색요원 1,900여 명을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국공 사태'는 취업준비생인 청년층이 반발한 대표적인 '2030세대의 불공정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로또 취업"이라며 부정적으로 인식한 이들은 2030세대만이 아니었다.
'인국공 사태가 문재인 대통령의 4년 국정운영 평가에 끼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9.0%가 "나빠졌다"고 했고, 27.5%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특히 "나빠졌다"라며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를 세대별로 보면 △20대 42.5% △30대 37.8% △40대 30.1% △50대 36.4% △60대 이상 45.0%였다. 취업을 앞둔 20대에서 부정적 평가가 많긴 했지만,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건 60대 이상이었다.
경쟁과 관련해 '입사시험을 치르지 않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49.5%였는데, △20대 51.0% △30대 43.3% △40대 45.4% △50대 48.4% △60대 이상 55.4%였다. 취업대란을 겪고 있는 20대보다 60대 이상 장년층에서 "부당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역시 더 높았다.
경쟁을 추구하는 경향도 2030세대보다 기성세대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69.6%였다. 이를 세대별로 들여다보면 △20대 56.4% △30대 61.3% △40대 70.2% △50대 72.1%, 60대 이상은 80.0%로 2030세대가 오히려 평균을 밑돌았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63.0%였는데, 세대별로는 △20대 61.3% △30대 57.4% △40대 62.7% △50대 63.6% △60대 67.0%로 이 또한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경쟁 추구가 최근 젊은 세대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 아니라 기성세대도 공유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공통적 가치 규범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다'고 응답한 이들이 56.9%였다. 2030세대의 '경쟁 지상주의'가 특정 세대의 현상이 아니라, 부모 세대로부터 주입된 결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30세대가 '도전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세대'라는 인식도 이번 조사에서는 다르게 나타났다. '위험한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낫다'는 응답은 67.8%였는데, 세대별로 보면 △20대 58.7% △30대 63.4% △40대 67.0% △50대 71.4% △60대 이상 74.0%로 나타났다. 기성세대일수록 안정적인 공무원 선호도가 높았고, 2030세대의 공무원 선호는 오히려 평균을 밑돌았다.
정 전문위원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모험 회피 성향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이번 조사가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2030세대에서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들의 자발적 의지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안정 지향'을 희구하는 부모 세대의 영향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일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한 URL 발송) 방식으로 실시했다.
총 256개 문항을 설계해 △국정 인식 △공정 △안보 △젠더 등 폭넓은 주제들을 다양한 가설을 통해 검증했다. 세대론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만큼, 세대 간 차이 및 세대 내 이질성을 집중 분석했다. 이번 조사처럼 방대한 문항을 묻는 데는 전화조사나 면접 조사에 한계가 있어 웹조사 방식을 활용했다.
①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메일·문자·카카오톡·자체 개발 앱으로 설문을 발송했고 ②중복 응답을 막기 위해 1인당 조사 참여 횟수를 제한했으며 ③불성실한 응답을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 등을 실시했다.
한국리서치 웹조사 담당 연구진이 조사 전반을 관리해 품질을 높였다. 국승민 미국 오클라호마대 교수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조사 설계와 분석에 참여했다.
조사 기간은 5월 25~27일, 대상은 전국 만 18세 성인 남녀 3,000명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다. 2021년 4월 정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응답률은 14.7%(2만366명 접촉, 3,000명 응답)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