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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기다리다 하루 6명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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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11세 소년의 부모 이야기가 TV를 통해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최근에는 래퍼 스윙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기기증 희망 등록 사실을 알리면서 10대를 중심으로 1,000여 명이 동참했다. 또한 간과 콩팥 등을 기증하고 생을 마감한 20대 외동딸의 사연이 전해지는 등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장기기증 서약자는 2013년 15만4,798명을 기록한 이후 2018년 7만763명으로 꾸준히 줄어들다가 2019년 9만350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모의 동의 없이 장기기증 서약이 가능한 나이를 만 19세에서 만 16세로 낮춘 덕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장기기증 서약자가 6만7,161명으로 전년보다 26%나 뚝 떨어질 정도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실제로 심장ㆍ간ㆍ콩팥ㆍ폐 등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은 4만3,182명이나 된다. 특히 만성콩팥병 등으로 인해 콩팥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1만5,000명으로 5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다. 반면 뇌사 장기기증자 비율은 지난해 뇌사 사망자 3,000여 명 가운데 478명(16%)에 그쳤다. 이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버티다가 목숨을 잃는 장기이식 대기자가 하루 평균 6명이나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이식 문제를 해결하려면 뇌사로 확실히 진단된 사람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뇌사자 장기기증(DBDㆍDonation after Brain Death)’에 머물지 말고, 선진국에서 10여 년 전부터 이미 적극 시행하고 있는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DCDㆍ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DCD 방식으로 바꾸면 국내 장기기증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DCD는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고 장기를 기증하려는 환자의 심장이 멈췄을 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지 않고 5분 동안 기다려 심장사한 것이 확인되면 장기를 구득(求得)하는 방식이다.
뇌사 장기기증자 예우에 대한 불신도 장기기증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몇 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뇌사자 장기를 구득한 뒤 시신을 유가족에게 넘기고 ‘나 몰라라’ 한 사실이 보도된 것이 결정타였다. 이후 다방면으로 개선됐지만 가시적이고 유의미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 보건복지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이르면 2022년부터 장기기증 관련 지원 제도를 강화해 뇌사 장기기증자를 예우하고, 서울 용산공원에 뇌사 장기기증자를 추모하는 ‘생명 나눔 공간’을 마련하도록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부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장기기증을 늘리는 일은 제도 개선과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장기를 기증하면 누군가의 삶을 34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슬로건처럼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Not the END, to the START)’을 실현하려면 지속적인 노력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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