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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비가 줄줄" 광주 붕괴 건물 '안전성 평가' 부실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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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과정에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지 건물에서 심각한 누수 현상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건축물 해체계획서에 기재된 안전성 검토란에는 누수 부분이 빠져 있어, 안전성 평가 자체가 부실했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누수 현상을 반영해 철거 과정에서 안전 대책을 좀더 철저히 세웠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붕괴된 건물에는 철거 전부터 심각한 누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해당 건물에 입주했던 한의원 직원 A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모든 층에서 물이 줄줄 샜다"고 밝혔다. 그는 "비 예보가 있으면 물이 샐 만한 곳에 세숫대야를 받쳐 두고 퇴근했고, 비가 온 다음날은 출근한 직원들이 건물을 전부 청소해야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누수가 발생한 위치는 한의원이 사용한 1~3층과 5층 천장으로, 사실상 건물 전체에 해당한다. 그는 "맨 윗층에서만 물이 샌 것이 아니다"며 "2층 입원실은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새 병실을 바꿔주거나 퇴원시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반복된 누수로 천장 및 바닥 슬래브의 강도가 철거 직전 상당히 약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건물해체계획서에는 건물 내 슬래브의 안전성 평가가 빠져 있었다. 계획서에 나온 안전성 평가에는 건물 외벽 및 2층과 5층 벽의 강도 측정 결과만 기재돼 있어, 천장 슬래브의 부실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광주 동구청이 현장 폐쇄회로(CC) TV를 확인한 결과, 해당 건물은 철거 과정에서 외벽이 다 허물어지지 않았는데도 5층과 4층 슬래브가 한번에 부서진 흔적이 남았다.
해체계획서의 건물 안전성 검토 확인서에 따르면 (주)신세계건축사사무소는 건축물 측량 및 건물 도면 부문을 '양호함'으로, 강도 측정 방식 및 결과 산출 부문을 '타당함'으로 매겼다. 이 같은 평가를 근거로 철거업체가 선택한 철거 방식은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해체계획서에 누수 부분이 빠진 허술한 조사내용이 담기면서 철거를 앞둔 건물에 대해 정반대 평가 결과가 포함된 셈이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해체계획서는 지방자지단체가 검토한 후 문제가 있을 경우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해체계획서만으론 지자체가 슬래브 취약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보완 기회 자체를 놓친 셈이 됐다.
건축 전문가들은 슬래브에서 심각한 누수 현상이 발생했는데도, 강도 측정 때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성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물이 샜다면 금(크랙)이 많이 발생했을 것이고, 이는 건물 상태가 실제보다 안좋았다는 의미"라며 "해체 과정에서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걸 감안해 안전 대책을 더 확보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20년 경력의 건축가 이모(50)씨도 "이번 사고는 측면부터 제거하다가 상층부 슬래브가 하중을 못 이겨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체 과정에선 많은 변수가 생기는데, 슬래브 역시 해체 계획을 세울 때 간과할 수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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