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21일, 12일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최소한 팔레스타인인 289명, 이스라엘인 1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유대인 정착민을 이주시키기 위해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세이크 자라 마을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을 강제 퇴거하는 조치가 발단이었다. 가자 지구에서 무려 4,000발 이상의 로켓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었고, 이스라엘군은 1,500회 이상의 공습을 단행했다. 이집트의 압바스 카멜 총정보국장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국방장관 그리고 야흐야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와 접촉하며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휴전이 성사되자 미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5월 24~27일 3박 4일 일정으로 첫 번째 중동 순방에 나섰다. 우선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네타냐후 총리와 가비 아쉬케나지 외무장관과 만나 휴전 공고화 방안을 협의했다. 이후 라말라에서 블링컨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무함마드 쉬타예흐 총리를 만났다. 블링컨은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음을 지적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집트의 알 시시 대통령은 무력충돌의 빠른 종결을 위해 애써준 블링컨의 노고를 치하했고,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강경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블링컨 순방 이후 바이든 정부의 팔레스타인 정책의 큰 그림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정부와 달리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크게 파손된 가자지구의 인프라 시설을 복구하고, 경제 재건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폐쇄했던 예루살렘의 영사관을 재개관하고,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에 3,3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 행정부에 비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훨씬 유화적인 모습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 변화 속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휴전 협정 이후의 빅딜 성사 여부이다. 무엇보다 양측 교도소 수감자들의 맞교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 카삼 여단(Al-Qassam Brigades)은 이스라엘 포로의 녹음된 육성을 공개했다. 2014년 가자 전쟁 당시 체포한 군인으로 알려진 남성은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히브리어로 자신을 이스라엘 군인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개된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녹음된 육성 공개를 통해 하마스가 이스라엘 정부와 수감자 석방을 위한 빅딜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수감 시설에 5년간 억류되어 있던 이스라엘의 길라드 샤리트 상병과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 1,027명을 교환하는데 합의한 전력이 있다. 하마스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스라엘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감자 교환을 포함한 양측의 공통 관심사를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어떠한 추가적 거래가 성사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 찾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만큼 휴전 협정 이외의 또 다른 빅딜 가능성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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