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어 보여"... 윤석열 등판에 與 '의외의' 자신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관으로 이동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한호기자

요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표정에서 '위기감'보다는 '자신감'이 더 자주 보인다. 윤 전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뜯어볼수록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민주당 곳곳에서 나온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윤 전 총장의 '출신'이 민주당이 가장 믿는 구석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말씀처럼, 검찰총장을 했던 분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는 없다"며 "검사는 사람을 항상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는데, 국민은 대통령이 지켜야 할 대상이지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검찰공화국의 완성"이라며 "중도층의 거부감이 상당히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적폐청산 수사를 이끈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모순이라는 점도 민주당은 꼬집는다. 송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기수를 뛰어넘어 승진하는 '발탁 은혜'를 입었다면서 "윤 전 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이야기로 온통 도배하는 중인데, 나중에 큰코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순발력도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당의 평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을 내면서 '조국 사태'가 다시 소환됐는데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에 민주당은 안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말그대로 '조국의 시간'이 될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윤 전 총장이 장모 의혹을 억울해 한다는 메시지만 나와서 안심했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 또다시 '윤석열 키우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민주당은 걱정하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공수처 수사는 대선 국면에서 윤 전 총장의 몸집을 더 키워줄 수 있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때리기'를 당분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