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탈당이라니..." '땅 가진' 여의도 배지들 떨고 있다

입력
2021.06.08 16:00
수정
2021.06.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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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의원 12명의 부동산 불법거래 연루 의혹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의원 12명의 부동산 불법거래 연루 의혹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민주당, 부동산 비위 의혹 12명 자진 탈당 권유
명의신탁, 업무상 비밀이용, 농지법 위반 의혹 등
국민의힘, 감사원 카드로 맞불 놨지만 "전전긍긍"
의원들 수사 불가피...'토지초과이득세' 제도 개선 목소리도

땅 좀 가진 여의도 배지들이 떨고 있다. 여야 모두 부동산 투기 의혹을 털어내기 위해 강도 높은 뿌리 뽑기에 나서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발표한 부동산 불법 거래 등 비위 의혹 의원 12명의 이름을 공개하며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권익위 발표가 있은 지 하루도 안 돼 나온 발빠른 발표였다.

민주당의 선제 조치에 "지켜보겠다"며 발을 뺐던 국민의힘은 감사원 조사 카드를 꺼내며 맞불을 놓았다. 4월 재·보선에서 여권의 부동산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만큼 손 놓고 있다가 민심의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일단 명목상으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부동산을 대거 보유한 '집 부자' '땅 부자' 의원들은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다.

민주당, 부동산 비위 의혹 의원 12명 탈당 조치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 특별조사단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 특별조사단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8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부동산 불법 거래 등 비위 의혹이 불거진 민주당 의원 12명 전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키로 했다. '집권당 의원'이라는 신분을 내려두고 '무소속 의원'으로서 수사에 임하라는 주문이다.

민주당이 발표한 12명 의원들의 비위 의혹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농지법 위반 의혹(양이원영,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 등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모든 당대표 후보들이 이 문제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함께 공약했다"며 "오늘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12명 대상자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상 과도한 선제 조치이지만,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집권당 의원이라는 신분을 벗고 무소속 의원으로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제 공은 경찰로 넘어갔다. 권익위 전수조사 내용은 경찰청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할 방침이다. 부동산 불법 거래 등 비위 의혹 의원 12명에 대해선 비위 경중에 따라 법적 처벌도 피할 수 없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이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①국회의원의 업무상 범위 내에서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 ②명의신탁의 경우 자금출처 조사 등이 수사 진행 상황에서 핵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부자' 국민의힘도 불똥 튈라 감사원 맞불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감사원 조사' 카드로 맞불을 놨다. 민주당이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야당을 향해서도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여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 및 LH 투기 의혹 사건 등으로 4월 재·보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던 만큼, 부동산 정국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원 조사를 민주당에 제안한다"며 "민주당도 떳떳하면 이에 응하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역공에 나선 배경에는 일단 민주당 출신 전현희 전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권익위의 조사를 믿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번 조사는 '셀프 조사', '면피용 조사'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조사했다는 권익위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3월 소속 의원 전원이 전수조사에 동의한 만큼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20억 원어치의 땅을 소유했던 '땅부자' 박덕흠 의원이 탈당한 것도 리스크를 줄인 배경이다.

그러나 권익위의 조사 결과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의원이 위법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나와 민주당이 당황했던 것처럼 국민의힘 역시 자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사례가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속으로는 전전긍긍하는 기류도 읽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비위 의혹 관련 여야 전수조사가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투기 근절을 위해서 '토지초과이득세' 부활 등 조세 조치 강화를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통해 갑자기 이익을 얻은 경우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을 때는 몰수 추징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조세적인 방식으로 환수될 수밖에 없는데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게 가능하다"며 토지초과이득세 부활 필요성과 토지분 종합부동산세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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