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판결 앞당긴 건 ‘한일정상회담’ 원해서?” 日 언론 추측

입력
2021.06.08 11:25
수정
2021.06.08 11:3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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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요 신문, 이례적 판결 1면에 보도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임정규씨의 아들인 임철호(84)씨와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당초 10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으나 사흘 앞당겨 이날 선고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각하 판결이 나오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1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임정규씨의 아들인 임철호(84)씨와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당초 10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으나 사흘 앞당겨 이날 선고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각하 판결이 나오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1

일본의 8일 자 조간신문은 일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전날 서울중앙지법이 각하한 데 대해 대부분 1면에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일부 언론은 2018년 대법원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례적 판결의 배경에 대해 한일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이나 곧 시작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과 연관 지어 추측하기도 했다.

8일 아사히신문은 이번 판결 내용을 2개면에 걸쳐 상세히 설명하며 “역사 문제로 악화한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2018년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 판결이 나온 것은 ”1965년 한일 협정의 대상이 되느냐 여부의 판단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법 관점에 비춰보면 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타당하다. 대법원 판결이 시정됐다고 할 수 있다”는 미즈시마 도모노리 나고야대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판결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지난 4월 판결이 1월 판결에 배치됐던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재판은 정치와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G7 정상회의를 앞둔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1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중요한 외교 무대를 앞두고 일본 기업에 대한 추가 배상 판결은 문 대통령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썼다. 재판부가 이를 감안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이런 추측을 더 노골적으로 제기했다. FNN의 와타나베 야스히로 서울지국장은 ‘한국 법원이 이례적으로 일본 승소 판결을 내린 이유’라는 칼럼에서 법원이 원래 11일이던 판결 날짜를 7일로 앞당긴 점에 주목하며 “정치 일정과 관련 있지 않으냐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한일정상회담 개최에 비교적 긍정적이나 일본 측은 어렵다는 생각”이라면서 “정치적 목적에서 판결 선고일을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고 진실은 알 수 없지만, 한일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위한 카드로 하려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추측하고 싶어지는 타이밍”이라고 썼다.

일본 언론은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관망 자세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번 판결 후 한국 정부 동향을 주시하겠다”며 “한국이 책임지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산케이신문과 교도통신도 “패소한 것보다는 잘된 것이지만 숲 전체를 보지 않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한숨 돌릴 판결이지만 1심만으로 한일 관계가 갑자기 좋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각각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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