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발 '기본소득' 난타전, 노벨상 배너지-뒤플로가 한 말은?

입력
2021.06.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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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배너지-뒤플로 교수 인용해 기본소득 강조
두 교수, 작년 국내 행사서 "선별 지원 적합할 때도 있어"

에스테르 뒤플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가 기획재정부 주최 2020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에스테르 뒤플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가 기획재정부 주최 2020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기본소득을 주창하면서 2019년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부부의 이론을 들고 나왔다. 이를 두고 야당인 국민의힘 측이 “두 교수는 선진국에 대해선 정 반대 입장”이라고 반박하자 이 지사는 “한국은 복지 후진국”이라는 재반박 논리를 내세웠다.

과연 배너지-뒤플로 교수는 이 지사의 주장대로 한국에도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힌트는 마침 두 교수가 지난해 한국에서 진행한 강연, 인터뷰에서 얻을 수 있다. 이들의 결론은 “데이터가 충분하고 지원 대상이 명확하다면, 선별 지원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데 가깝다.

7일 학계 등에 따르면, 배너지 교수는 올해 4월 경기도 주최 기본소득 박람회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당시 그는 “기본소득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해 드릴 수 있는 잠정적인 답변은 ‘맥락에 따라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효과적으로 현금을 보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빈곤층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지만, 나라마다 전달 체계가 다른 만큼 소득을 보전하는 방식이 반드시 배너지-뒤플로 교수의 기본소득 실험과 동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배너지 교수는 “선별 지원은 누구를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필요한 사람이 모두 포함됐는지 봐야 해 데이터 품질에 크게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지원정책을 예로 들며, 기본소득 대신 다른 지원 방식을 취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데이터 품질이 뛰어나, 무역정책 변화에 취약한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 실제 피해를 보고 그 피해가 오래 유지된다면, 이들을 더 많이 돕는 것이 공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비나약 배너지 미국 MIT 경제학과 교수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 기본소득의 확산'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2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비나약 배너지 미국 MIT 경제학과 교수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 기본소득의 확산'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뒤플로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행사에 연사로 나선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같이 경제 규모가 크고 발전한 나라는 보편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보다 대상을 명확히 한 선별적 현금 지원(selective financial support)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언제 어떤 사람을 지원할지 판단할 정보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며 “저소득층이 큰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기존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느낄 정도의 지원이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두 교수는 저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을 통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이 책을 인용해 자신의 기본소득 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복지지출, 조세부담률 등을 들어 “한국은 복지만큼은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고 썼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지사에게 “책은 읽어보셨냐”며 비판했다. 윤희숙 의원은 배너지-뒤플로 교수의 책을 인용해 “선진국 사회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편 기본소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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