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강제징용 6년 소송 1분 만에 '각하'…"한국 법원 맞나" 분통

입력
2021.06.07 16:30
수정
2021.06.07 18:53
3면
구독

기존 대법 판결과 정반대 결과 당혹
"정말 이해 안돼… 재판 결과에 분노"
민변 "비상식적·비법리적 판단" 비판

강제징용 피해자 故 임정규씨의 아들인 임철호(84·왼쪽)씨와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강제징용 피해자 故 임정규씨의 아들인 임철호(84·왼쪽)씨와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7일 사실상 패소하자 원통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와 정부는 우리에게 필요 없다. 재판 결과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즉각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85명이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기업 16곳에 요구한 피해 배상 청구를 1심 법원은 이날 각하했다. 법정에서 재판부는 “원고 측(피해자들)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됐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짤막하게 그 이유를 설명한 뒤 재판을 마쳤다. 2015년 5월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이 6년을 기다려 온 1심 판결은 이렇게 ‘1분 선고’로 끝났다.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은 선고 직후 “재판 결과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울어야 하는지 정말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인면수심, 인간 이하의 짓을 한 저들을 어떻게 사법부와 국가가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임정규 씨의 아들이라고 밝힌 임철호(84)씨는 “나라가 있고 민족이 있으면 이런 수치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며 “참으로 통탄해 입을 열어 말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 “한국 판사가 맞느냐” “한국 법원이 맞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다만 임씨는 이날 소송에 참여한 원고 당사자는 아니다.

원고 측 대리인인 강길 변호사는 “이날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는 정반대라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구권이 존재한다는 건 대법원 판결을 따른 것인데, (소송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한 지점은) 한일 양국간 예민한 사안이라 달리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이달 10일 예정된 선고기일로 사흘 앞당겨 이날 선고했다. 장덕환 대표는 “선고를 미루는 일은 있어도, 이렇게 당사자도 모르게 앞당겨 한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참으로 한심스럽고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일제시기에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국내 사법절차를 통해 실효적으로 구제받는 것에 장애를 초래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한 1심 재판부의 비상식적, 비법리적 판단은 중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