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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소득층 빼고" vs 여당 "전 국민"... 지원금 놓고 이견 여전

입력
2021.06.06 1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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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반 국민 지원금도 '하위계층' 지급 검토
여당은 "전 국민 지급해야 한다" 일관된 입장
전문가들은 "표적 지원이 타당" 정부 손 들어줘
정부 20조 VS 여당 30조 안팎...추경 규모도 이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및 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및 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당정 간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전 국민 지원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피해계층 및 선별지원'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효과, 재원의 효율적인 사용 등을 들어 정부 측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정부가 거대 여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정부 '20조 선별' vs 여당 '30조 전 국민'

6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차 추경으로 소상공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피해계층과 더불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소비 진작용 지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 국민이 아니라 소득 하위 70% 혹은 50% 등 일정 수준 이하 가구만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하반기 내수 대책' 중 하나가 소비 진작용 선별지원인 셈이다.

정부가 지원 대상을 기존 피해계층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대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일찌감치 전 국민 지원을 공식화한 영향이 크다. 여당이 전 국민 지원을 주장하는 상황에 피해계층만 지원하자고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선 '여당 요구대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민에게도 지원금을 줘야 한다면, 고소득층만은 주지 말자'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뉴스1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뉴스1

이같이 지원 대상이 다르다 보니 지급 규모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는 앞서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가 세수를 활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여당은 추경 규모로 30조 원 이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까지 국세 수입 19조 원이 더 걷힌 데다, 연간 국세 수입이 예상치보다 32조 원 더 많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다. 반면 정부는 추경 편성에 쓸 수 있는 재원을 20조 원 안팎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KDI·OECD "선별지원이 타당" 한목소리지만...

학계에선 정부 측 선별지원이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한 14조2,000억 원 가운데, 추가적인 소비 증진 효과는 4조 원가량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70%는 채무 상환이나 저축으로 이어져 내수 진작 효과가 없었다. 반면 엄상민 명지대 교수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가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선별 지급한 긴급생활비의 소비 진작 효과는 69%에 달했다.

앙헬 구리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역시 지난 2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별 지원(targeting)이 타당하다는 것은 명백하다"라며 "전 국민 지원보다 큰 승수효과를 유발해 민간 소비도 큰 폭으로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소득층은 현금 지원을 해도 추가 소비를 할 가능성이 낮으니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여당의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소득 하위 50% 지급을 주장했다가 하위 70% 지원을 골자로 하는 정부안을 내놨다. 1,478만 가구를 대상으로 4인 이상 100만 원 등 총 9조7,000억 원을 지급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이조차 여당의 반대에 부딪혔고, 정부는 결국 전 가구를 대상으로 14조3,000억 원을 지급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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