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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구매 비용 내라"... 베트남 정부 강요에 한국 업체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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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곤경에 처한 베트남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있다. 환자는 급증하는데 코로나19 백신이 턱없이 부족하자 구매 비용을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거센 반발에 뒤늦게 법인세 감면 등 유인책을 내놨지만, 우리 업체들은 기업 활동 위축에 베트남 당국의 기부 강요까지 겹치면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6일 베트남 산업계와 현지 한국기업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북부 박장ㆍ박닌성(省) 정부는 이달 초 역내 한국기업들과 접촉해 “예산 부족으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이 많으니 한국 업체들이 ‘백신 기금 펀드’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역 내 삼성전자 고용 인력 1만5,000여명에게는 무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나, 나머지 삼성 계열사와 다른 한국기업 현지 인력에 공급할 백신 구매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겉으론 자발적 기부 형식을 취했지만, 한국 업체들은 사실상 돈을 내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한국 기업이 고용한다고 해서 현지인들의 백신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가뜩이나 감염병 확산으로 생산 활동도 여의치 않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베트남 중앙정부도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다. 응우옌홍디엔 베트남 산업장관은 2일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과 삼성전자 등 기업 대표단을 만나 “베트남의 백신 수급 상황이 상당히 안 좋다”며 “삼성과 SK가 외국제약사의 백신을 위탁 생산 중이니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얼마 전 주베트남 미국 상공회의소와 유럽연합 상공회의소가 “베트남을 위한 별도의 백신 신속 구매는 어렵다”고 밝히자, 이미 공급처가 정해진 해외 제약업체의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필요한 다리를 놔달라며 민간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업체들의 불만이 급증하면서 베트남 당국은 부랴부랴 보완책을 제시했다. 박장ㆍ박닌성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백신 기금을 낼 경우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날에는 부득담 부총리가 직접 나서 “외국기업들에 기금 참여를 강요하지 말라”고 진화했다. 계속 기부를 압박하다간 자국 수출의 40%를 책임지는 한국 기업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우리 업체들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수도 하노이와 북부 산업단지의 한인 상공인연합회(KORCHAMㆍ코참)는 긴급 회의를 열고 지방정부와 백신 우선 공급 협상이 가능한지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베트남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현재 1.14%(1일 기준)에 불과하다. 국내로 들여온 백신도 250만회분이 전부여서 추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580명인데, 이중 5,100명이 4월 27일 ‘4차 대확산’ 이후 감염될 정도로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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