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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서 '일대일로' 놓고 맞붙는 G7 VS 中

입력
2021.06.07 06:00
수정
2021.06.0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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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식 경제동맹, 지속가능 개발·친환경 전환 중심
중국은 아프간 재건 사업으로 일대일로 확장 노려

주요 7개국 외교장관들이 지난달 5일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주요 7개국 외교장관들이 지난달 5일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미국을 위시한 서방 동맹과 중국의 경제력 대결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7개국(G7)이 중국의 거대경제권 구축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 ‘서방식 경제동맹’을 본격 추진한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미군이 빠져나간 아프가니스탄에까지 촉수를 뻗으며 덩치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측 모두 명분은 개발도상국 경제 지원이라 틈바구니에 낀 가난한 나라들만 더욱 난처해지게 됐다.

일대일로 대응 방안은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핵심 의제가 될 게 확실하다. 지난달 G7 외교ㆍ개발장관 회의에서 논의됐던 ‘대중(對中) 경제 협의체’ 구상이 마침내 구체화하는 것이다. G7 차원에서 일대일로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건 처음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6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일대일로를 앞세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G7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로ㆍ해로로 연결해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중국의 대외 경제협력 프로젝트다. 현재 10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일대일로와 연계한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 인프라 사업은 2,600개가 넘고 금액은 3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이 개도국을 채무 이행 불능에 빠뜨려 이를 빌미로 군사적 거점을 확보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올해 3월 일찌감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서방식 일대일로를 제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G7 정상회의에서 첫발을 뗄 서방식 일대일로는 개도국에 지속가능한 개발과 친(親)환경 녹색 전환을 지원하는, 이른바 ‘클린 그린 이니셔티브(Clean Green Initiative)’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G7의 초기 목적은 전략적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회원국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 세부 협의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는 아프리카 지원에 관심이 있는 반면 미국은 남미와 아시아, 일본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워싱턴=AFP 연합뉴스, 베이징=AP 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워싱턴=AFP 연합뉴스, 베이징=AP 뉴시스

하지만 G7에 시간적 여유는 별로 없다. 중국의 팽창 속도가 워낙 빠른 탓이다. 시진핑 정권은 이제 9월 철군을 완료하는 미국을 대신해 아프간에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중국은 3일 아프간ㆍ파키스탄과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재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일대일로 협력을 강화해 아프간을 지원할 것”이라고 대놓고 공언했다.

아프간은 중국에 새로 부상한 안보ㆍ경제 요충지다. 미국이 떠난 뒤 아프간 내 안보 불안이 가중되면 국경을 맞댄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중동에서 중국으로 실어나르는 통로이기도 하다. 다만, 아프간 진출을 두고는 중국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주 용비아오 란저우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현지 정세 불안으로 안보 비용이 커지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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