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억울한 죽음 낳은 병영 문화 폐습 매우 송구"

입력
2021.06.06 10:44
수정
2021.06.06 16: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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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회 현충일 추념식 참석?
"軍 인권, 일상 지키는 게 보훈"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과 군 부실 급식 등 일련의 사태에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군 내의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6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앞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통해 "보훈은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의 인권과 일상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 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또 "나는 우리 군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며 내부 개혁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더 넓은 세상과 함께하는 것이 애국"이라며 "우리의 애국심은 공존 속에서 더 강해져야 한다"고도 했다. 포용과 공존을 위한 가치로 애국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추념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애국'이란 단어를 20번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정한 보훈이야말로 애국심의 원천"이라며 이들에 대한 예우도 강조했다. "국가가 나와 나의 가족을 보살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올해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는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백마고지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소개하며 "유해가 발굴되더라도 비교할 유전자가 없으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 유전자 채취에 유가족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또 "정부는 장기간 헌신한 중장기 복무 제대군인들이 생계 걱정 없이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대군인 전직 지원금'을 현실화할 것"이라며 "보훈 급여금으로 인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고,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의 가치가 묻혀 버리는 일이 없도록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추념식에서는 한국전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빌 웨버 미국 예비역 대령의 영상 편지가 소개됐다. 웨버 대통령은 5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한국전 참전 카투사 김재세 예비역 하사가 단상에 올라 답장을 낭독했다. 두 사람은 메시지에서 한미동맹과 우정을 강조했다. 답사 낭독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에서 내려오는 김 예비역 하사를 직접 마중했다. 94세로 연로한 김 예비역 하사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부축해 자리로 안내했다. 시나리오에 없는 돌발 행동이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식 참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임기 동안 매년 참석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정부·국회·군·18개 보훈단체 관계자가 자리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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