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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결국… '윤석열 사단 거리두기'와 '친정권 검사 요직 배치'

입력
2021.06.05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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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라인, 한직이나 주요 수사와 거리 먼 곳에 보내
윤석열 징계 청구 국면서 반기 들었던 고검장들 좌천
친정부 성향 검사들은 요직 전보하거나 승진 발탁

박범계(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4일 단행한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 고위 간부 정기인사는 ‘윤석열 사단 거리두기’와 ‘친정부 성향 검사들 요직 배치’라는 틀에서 퍼즐을 맞췄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까운 한동훈 검사장은 또다시 한직에 배치된 반면, 정권의 검찰개혁 방향에 보조를 맞춘 검찰 간부들은 승진하거나 주요 자리를 꿰찼다.

윤석열 사단, 한직이나 비수사 보직

윤 전 총장 측근으로 분류됐던 검사장들은 여전히 주요 보직에서 배제됐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피의자로 입건돼 두 차례 좌천됐던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이번에도 비(非)수사 자리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났다. 한동훈 검사장은 인사 직후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 일의 일부이니 담담하게 감당하겠다. 상식과 정의는 공짜가 아니니 억울해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일하면서 윤 전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검사도 제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핵심참모였던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서울이나 수도권 검찰청으로 오지 못하고 광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다만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해 온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좌천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인천지검장으로 전보돼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통 특수통'으로 꼽혀 정권 눈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던 주영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도 '삼수' 끝에 검사장 배지를 달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한 여환섭 광주지검장도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이를 두고 당초 청와대와 여권에서 밀어붙인 ‘윤석열 라인 전면 배제’라는 인사 기조가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전날 박범계 장관을 만나 '마라톤 회의'를 하며 제시한 의견이 일부 반영됐다고 해석도 나온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현 정부에 적대적인 검사들을 궁지로 몰아 독기를 품게 하기보단, 주요 사건 수사와 거리가 먼 곳에 배치해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 '강등'되는 수모를 겪은 고검장들도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 전 총장 징계 청구 당시 '철회 요청' 성명에 참여한 구본선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나란히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으로 가게 됐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징계대상에 오르거나, 사건 수사를 맡기지 않을 필요가 있는 검사들이 가는 자리다. 특히 고검장급이 옮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박범계 장관 취임 후 첫 인사를 앞두고 “임의적인 ‘핀셋 인사’는 하지 말아 달라”고 작심발언을 했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옮겼다. 윤 전 총장과 절친했던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다시 한번 비(非)수사 보직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났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그래픽=강준구 기자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그래픽=강준구 기자


친정부 성향 인사, 승진하고 영전하고

'친정부 성향'으로 거론되는 검찰 간부들은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됐다. 박범계 장관의 서울 남강고 후배인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수장을 맡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선 현 정권을 겨냥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윤석열 전 총장 관련 의혹' 등 정치적 성격이 짙은 여러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수사 방향과 강도를 두고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이성윤 지검장을 보필했던 최성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 자리를 꿰찼다.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수사를 진행해 온 수원지검장으로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이동한 것도 눈에 띈다. 수원지검 상급기관인 수원고검장으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승진 발령받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끝낸 김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6기 중 유일하게 고검장에 올랐다.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한 김양수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연수원 29기 중 처음으로 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윤석열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총대를 멨던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본인 의사를 반영해 유임됐다. 현 정부 들어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시작해 승승장구한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서부지검장에 보임됐다. 고참 검사장이 맡던 재경지검장을 2년차 검사장이 맡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법무부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검찰 간부는 “현 정권에 친화적인 검사들은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자리로 보내거나 승진시키고, 윤석열 총장에 우호적이란 평가를 받는 검사들은 적절히 밀어낸 인사”라면서 “조만간 이어질 차장검사와 부장검사급 인사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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