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는 종량제봉투, 대안은 없나요

입력
2021.06.08 14:00

2018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한 물품을 종량제봉투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쓰레기를 담는 종량제봉투는 대부분 플라스틱 비닐이다. 재질만 보자면 분리배출 항목(PE)이지만, 일반쓰레기를 담는 탓에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 2019년에만 약 9억9,200만 장이 팔렸는데 80% 이상이 매립ㆍ소각됐다.

한때 환경부는 생분해성 봉투를 사용하고자 했으나 비용·내구성 문제 때문에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재생봉투를 이용하고 소각해서 묻는 방식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는다. 이마저 각 지방자체단체의 준비가 부족한 실정. 소비자로서는 쓰레기를 줄여 종량제봉투를 가능한 적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1㎏ 종량제봉투 만들 때 3㎏ 온실가스 배출

종량제봉투는 만들 때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썩지 않아서 한번 묻으면 그 땅은 영영 못쓰게 된다. 식물 성장을 방해하거나 바다로 유입돼 해양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

물론 매립지에 직접적으로 독성오염을 일으키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매립 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음식물과 같은 유기물질”이라며 “종량제봉투로 인한 매립지 내부 환경오염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음식물쓰레기 같은 유기물질은 매립되어 썩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나 침출수가 발생하지만 플라스틱은 그렇지 않다. 또 종량제봉투는 대부분 PE로 제작되는데, PE는 불에 타더라도 유해물질을 적게 내보내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재질이다.

그러나 독성 물질 배출만이 환경오염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장은 “종량제봉투가 썩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와 플라스틱을 제작ㆍ소각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학공학소재연구정보센터에 따르면, 새로운 PE 비닐을 1㎏ 만드는 데엔 약 3㎏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생분해 종량제봉투'는 비용 5배 증가

그렇다면 생분해돼서 자연으로 회귀하는 종량제봉투는 불가능할까. 실제 환경부는 2006~2008년 종량제봉투에 생분해성 비닐을 쓰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비닐이 분해되지 않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전남 여수시가 3년간 참여했고 △충남 연기군(2006, 2007년) △제주시(2007년)△서울 서초구(2006년) 등도 동참했다.

문제는 비용과 내구성이었다. 2007년 기준 20리터 봉투 한 장을 만드는 데 PE는 41원인 반면, 생분해성 비닐은 215원에 달했다. 2008년 감사원이 “생분해성 봉투 생산가격이 일반 비닐보다 3~5배 높고, 재질이 약해 잘 찢어져 민원이 발생한다”며 사업 실효성을 비판했고, 환경부도 “일반 가정에서조차 쓰레기를 PE봉투에 담은 후 생분해성 종량제에 담는 등 사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업을 종료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분해 종량제봉투 도입은 요원하다. 현행 규정상 45일 이내 60%만 분해되면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이승희 경기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경제적ㆍ기술적으로 생분해 종량제봉투 도입을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생분해로 바꾼다면 비용이 크게 올라간다”며 “오히려 다른 자원순환 관리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재생 비닐 사용 확대, 무관심한 지자체

정부는 재활용 비닐로 종량제봉투를 만들도록 권고하고, 직매립 금지를 통해 소각 없이 땅에 묻히는 플라스틱 봉투를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2019년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개정해 재생 비닐을 활용한 종량제봉투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폐비닐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 비닐이 40% 이상 포함된 종량제봉투를 우선적으로 제작·구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재생 비닐을 쓰더라도 매립·소각 때 유해물질 발생량이 유의미할 정도로 늘어나진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또 지난 2월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 경우 소각시설에서 소각해 재로 만든 폐기물만 매립할 수 있도록 해 매립되는 폐기물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종량제봉투 중 약 95.1%(3억9,330만 장)를 재생 비닐로 바꿨다. 2019년에 비해 42.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PE 2,800톤을 줄여 약 7,694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추정했다. 또 2026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각하지 않은 폐기물을 그대로 땅에 묻는 '직매립'을 금지해 썩지 않는 비닐이 땅에 묻히는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생봉투 사용에 대한 환경부 권고 자체를 모르는 지자체도 있고, 근거없는 불신과 준비부족에 따른 불만도 나온다. 대전 대덕구청 관계자는 "내구성이 떨어지는 등 품질 저하 우려 탓에 재생 종량제봉투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생 종량제봉투를 사용한 시·군·구가 있는 광역자치단체는 17곳 중 10곳(약 58.8%·2019년 기준)에 불과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도 소각 시설 확충이 어려워 직매립 금지 시행 시기를 미뤄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직매립 금지에 대해 지자체와 조율해서 7월 전후로 시행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진호 인턴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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