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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文 대통령, 목이 메었다... "공군 성추행 은폐, 피해자 얼마나 절망했겠나"

입력
2021.06.03 16:57
수정
2021.06.03 17: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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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 1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조사를 지시했다. 가해자의 행위와 공군의 조직적 은폐와 회유 시도에 분노를 표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에 목이 메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3일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의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 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또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어제와 오늘 수차례에 걸쳐 이번 사건을 논의했다. 내부 회의에서는 특히 '국민 분노가 높다. 군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수사와 조사로는 유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없고, 결과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신고를 했음에도 무마·합의·은폐하려는 것을 보고 피해자가 얼마나 절망했겠나"라며 "'엄정히 처리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상당히 화가 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가다 보니 목이 메었다는 후문이다.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라'는 지시를 두고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지휘부에 대한 문책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정 인물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사건 처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졌는지를 파악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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