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 성범죄 반복...'솜방망이 처벌' 군 재판 대신 민간에 넘겨야"

입력
2021.06.03 12:30
수정
2021.06.03 14:15
구독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에서 발생한 사건, 민간 법정에 이양해야"
"국방부에 성범죄 관련 지침 있지만 무용지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가해자인 공군 장모 중사가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가해자인 공군 장모 중사가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공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부대 차원의 조직적 회유와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등 군에서의 성범죄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에서 수사와 기소, 재판을 해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모두 민간 법정에 이양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소장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현재 이번 사건의 가해자 측은 성범죄 사건에 가해자 변호를 잘하는, 승소율이 높은 법무법인을 선임했다"면서 "이 재판이 피해자 측을 괴롭히는 재판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앞서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피해자는 3월 회식 후 귀가하던 차량 뒷자리에서 선임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후 피해사실을 신고했다가 상관들로부터 조직적인 은폐 시도와 회유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 소장은 부대 차원의 조직적 은폐와 회유에 대해 "가해자 등 상관들이 관사나 군인 아파트를 같이 쓰면서 유대관계가 깊다"며 "특히 가해자의 상급자일 경우에 연대책임, 즉 부대 관리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하는 등 인사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해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공군 중사의 영정이 경기도 성남 소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현실에 놓여 있다. 뉴스1

2일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공군 중사의 영정이 경기도 성남 소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현실에 놓여 있다. 뉴스1

또 이번 사건에서 공군경찰이 피해자의 죽음을 단순변사로 국방부에 보고하는 등 문제에 대해서도 "군사경찰의 수사 담당하는 사람들이나 책임자가 성인지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국방부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려오는 9쪽짜리 지침이 있는데, 이를 군사기밀이라고 못 준다고 하면서 속독도 안 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에 따르면 군인권센터는 국방부에서 9쪽짜리 지침 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았다. 이 지침서에는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피·가해자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피해자 중심의 인사조치를 해야 하는 등 공간적 분리에 대해 언급돼 있다고 한다.

임 소장은 "이는 가해자 중심으로 한 연대체들 또는 비호세력들에 대해서 엄단하겠다는 얘기를 1차적으로 하는 것이고, 2차적으로도 비호, 방조, 묵인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강하게 해야 된다는 것이 지침에 다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20전투비행단에서는 2015년 하사 성추행 사건에 이어 2018년 일병과 2019년 하사, 2021년 병사 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임 소장은 이에 대해 "이것이 병영 부조리나 우리의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이번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는 딸이 항공군사학교 가서 3년 동안 군인처럼 생활했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했는데, 왜 밤에 코로나 정국에 회식하지 말라는 방역수칙 어기면서까지 술자리에 불러내서 이런 짓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지휘라인 보고에서 신고가 돼서 군사경찰이 수사하고 있음에도 (부대 사람들이) 가해자를 선처해달라고 탄원하는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강은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