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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심각한데... 국제축구대회 대신 떠맡겠다는 브라질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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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무릅쓴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 개최 강행 방침으로 정부가 국내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뿐 아니다.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뚜렷한 자국 사정을 외면하고 불과 개막 2주 전 원래 주최국 대신 남미 축구 대회를 떠맡아 열겠다고 나선 브라질 정권도 비슷한 신세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브라질에서 나온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672만81명으로 전날보다 9만5,601명 늘었다. 지난달 말 3만명대였던 하루 감염자 수가 며칠 새 3배 정도로 불어난 것이다. 하루 사망자 수 추이도 비슷하다. 800명대까지 떨어졌던 규모가 같은 기간 2,500여명으로 다시 치솟았다.
하지만 이런 형편이 정부의 남미 축구 국가대항전 ‘코파아메리카’ 개최 의지를 꺾지는 못한 것 같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수도인 브라질리아와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시, 중서부 쿠이아바시, 중서부 고이아니아시가 포함된 5개 도시에서 대회가 열릴 거라고 발표했다.
개최지 변경 결정은 졸속이었을 공산이 크다. 남미축구연맹이 브라질에서 대회가 열린다고 공지한 게 개막(13일)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지난달 31일이었다. 4년 주기 개최가 원칙인 코파아메리카의 47번째 대회는 당초 지난해 6월 콜롬비아ㆍ아르헨티나가 공동 개최하려 했다가 코로나19 기승 탓에 한 해 미뤄진 상태였지만 그마저 반(反)정부 시위(콜롬비아)와 악화일로의 코로나19 위기(아르헨티나) 등 개최국의 최근 여건에 또 발목을 잡힌 터였다. 연맹 입장에서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있었을 리 없다.
대회 유치는 국면 전환 계기가 필요한 브라질 정권으로서도 나쁘지 않았을 수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적(政敵)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세몰이 행보에 착수한 만큼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보우소나루 대통령 처지에서는 어떻게든 국민 관심을 돌릴 이벤트가 절실했고, 실제 그가 이를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게 현지 정치 전문가들 해석이다.
문제는 역풍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당장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가 대회 참가 의사를 밝혔다가 거센 반발에 신청을 철회했다. 코파아메리카 개최 예정 도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비율이 평균 12%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현지 언론 보도다.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뜻이다. 이에 보건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퍼져 나가고 백신 접종이 기대보다 더딘 상황에서 안이하게 대회를 열었다가는 재확산이 시간 문제가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론 전망도 어둡다. 남미축구연맹 발표 직후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처를 따지는 상원 국정조사위원회에서 대회 개최 결정을 ‘국민 조롱’이나 ‘광기’ 같은 노골적 표현을 동원해 강도 높게 비판한 야권은 대회를 막기 위해 연방대법원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시민단체들의 반대 시위도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도 뭉개기만 할 수는 없다. 모든 경기를 무(無)관중으로 치르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결승전만 관중 입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육책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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