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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Butter', 편견에 맞선 보통사람의 승리

입력
2021.06.03 22:00
27면
방탄소년단이 데뷔 8주년을 기념하는 팬들과의 축제 '2021 BTS 페스타'를 맞아 공개한 이미지.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이 데뷔 8주년을 기념하는 팬들과의 축제 '2021 BTS 페스타'를 맞아 공개한 이미지. 빅히트뮤직 제공


5월 21일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신곡 ‘Butter’는 유튜브에서 최단 시간 1억 뷰 등 신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5월 23일 개최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은 4관왕을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이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성취는 현재 그들이 미국 음악 시장 내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미국의 유명 팝가수들보다 크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에 가려진 이면을 생각하면 방탄소년단의 성취가 산업의 측면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빌보드지는 향후 그래미에 K-Pop(케이팝) 카테고리를 신설하자는 제안과 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개진하는 기사를 발표했다. 사실 케이팝 카테고리는 이미 201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신설되어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미국 음악 시상식에 케이팝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기는 것은 케이팝의 커진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일종의 ‘분리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케이팝 카테고리를 신설하면 한국 아티스트들은 미국 아티스트들이 경쟁하는 ‘본 무대’에 들어서지 못한 채 서로 경쟁하게 되고, 여기서 ‘팝’과 ‘케이팝’의 위계는 오히려 더욱 강하게 구조화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분리 정책’은 미국 음악 산업 내에 계속 존재해왔다. 이를테면 작년까지 존재했던 그래미 어워드의 ‘Best Urban Contemporary Album’ 부문에서 ‘Urban’은 흑인음악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는 이 ‘Urban’이라는 용어에 불쾌감을 표현하며, “그건 나에게 N-word(흑인 비하 용어)를 그저 정치적으로 옳은 방식으로 말하는 것일 뿐이다. 왜 우리는 그냥 팝 부문에 들어가면 안 되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대중음악에서 흑인 음악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그래미에서 흑인 음악을 팝에서 분리하고 배제하는 행위가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금 활약하고 있는 미국 음악 산업의 민낯이다.


빌보드 차트 올킬한 BTS 'Butter' ⓒbillboardcharts

빌보드 차트 올킬한 BTS 'Butter' ⓒbillboardcharts

이렇듯 방탄소년단은 미국 음악 산업에서 제도화된 인종차별까지 마주하고 있다. 이는 미국 혹은 영어권 국가 출신이 아니고, 대부분 영어로 노래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그들이 겪어내야 하는 차별에 겹쳐진다. 이렇게 중첩된 차별은 스트리밍 사이트들의 조회 수 기록 차별로도 이어진다. 스트리밍 기록은 빌보드 차트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각 회사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조회 수를 걸러내려 한다. 그런데 여기서조차 방탄소년단과 미국 아티스트들 사이에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한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미국 아티스트들의 스트리밍 수에서는 통상적으로 10% 정도를 삭감하는 반면, 방탄소년단의 ‘Butter’는 40% 이상이 매일 삭감되고 있다.

다양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 방탄소년단과 그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함께 싸우고 노력하며 이런 현실들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다. 뉴스에서 숫자로만 보도되는 방탄소년단의 빛나는 기록들의 이면이다. 결국 더디게라도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것은 일상 속에서 수많은 아무것도 아닌 개인들이 이루어내는 연대와 투쟁이다. 이렇게 이번에도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Butter'를 다시 한번 1위로 핫100 싱글차트와 글로벌 차트 진입에 성공시키고야 말았다.



이지영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BTS예술혁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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