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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애니메이션을 보면 브랜드가 보인다

입력
2021.06.02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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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요행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는 만화가 아닐까 싶다. 그 옛적 ‘먼나라 이웃나라’나 요즘 세대들의 추억 속 ‘마법 천자문’처럼 만화는 흥미를 잃지 않고 쉽게 지식과 정보를 기억하게 해준다. 물론 만화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영자신문을 읽는 것처럼 있어 보이진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동영상 강의는 일상 속 배움의 한 장이 되었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배운다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흔들리는 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10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계속 반복해서 보고 싶은 브랜드 영상을 만들고 싶다면, 그걸로 맡은 브랜드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패션 브랜드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들의 감각을 배우길 추천한다.

첫째, 만약 브랜드의 창업자에게 매력적인 창업 스토리가 있거나 창업자 자체가 캐릭터 있는 인물이라면, ‘Once upon a time~’ 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흑백의 감각적인 샤넬의 애니메이션을 꼭 봐야 한다. 1부 Coco ? Inside CHANEL(https://youtu.be/2G88zqPxJ00)에서 그녀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초창기 이야기가 그려진다. 2부 Mademoiselle ? Inside CHANEL(https://youtu.be/VCAro7GnCHo)부터는 샤넬의 전성기와 샤넬 No.5 향수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3부 Gabrielle Chanel ? Inside CHANEL(https://youtu.be/xjzH6vRn5P0)에서는 그녀가 70세에 다시 패션계에 드라마틱하게 재기하는 스토리와 그녀의 영면이 나온다. 창업자와 브랜드를 알리는 영상 제작을 앞두고 있다면 샤넬의 3부작 애니메이션을 참고하자.

둘째, ‘느낌 아니까’, 이 1만 가지 뉘앙스를 함축한 듯 간결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면, 2007년에 업로드된 이세이 미야케의 브랜드 스펠링으로만 꾸며진 이 단순한 흑백 동영상을 꼭 봐야 한다. 아마 Issey Miyake A-POC INSIDE(https://youtu.be/x4_mK9CebB4) 영상을 보고 나면 엄마들이 여름에 입는 주름 소재 옷 브랜드란 인식이 바뀔 것이다. 그리고 이 영상이 2007년에 업로드됐단 걸 다시 한번 확인하며 잘 만든 브랜드 애니메이션 하나가 덧붙여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교복처럼 늘 입던 검정 목폴라는 그가 이세이 미야케에게 특별히 주문하여 똑같은 옷을 100여 개 주문하여 늘 입었다고 한다. 또한, 옷 잘 입기로 소문난 배우 유아인이 ‘나 혼자 산다’에서 입고 나온 집업후디(zip-up hoodie)는 이세이 미야케의 옴므플리세 제품이다. 더는 엄마 옷 브랜드라고만 치부하지 말자!

셋째, 아날로그 시대의 황금기를 풍미하고 디지털 시대에도 아직 짱짱한 구력, 저력, 제품력으로 시장을 활보하는 브랜드라면 루이뷔통을 잘 보자. Louis Vuitton presents "100 Legendary Trunks" Video(https://youtu.be/45Rnh0Ym09o)는 루이뷔통의 근간이 되는 트렁크를 짧은 동영상에서 압축해서 보여준다. 루이뷔통의 다양한 트렁크를 거의 주마등 스치듯(?) 빠른 속도로, 그림책을 넘겨보는 듯한 이 동영상을 보고 나면 왠지 루이뷔통에 대해 박식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박소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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