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마스크' 유감

입력
2021.06.03 04:30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 마스크 착용 의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한강변에서 홀로 달리기를 할 때 마스크를 써야 할까. 답은 조금 복잡하다. 방역당국 지침에 따르면 실외 활동 중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하면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선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달리기를 하다 사람이 다가올 때마다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냥 마스크를 쓴다. 사람이 많든 적든, 달리기를 하든 산책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등산을 하든,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마스크를 쓴다. 벌써 1년 넘게 습관처럼 자리잡은 행동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건 과잉 규제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분석된 바로는 코로나19의 주된 전파 경로는 비말(침방울)이다. 야외에서 떠다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의 코나 입을 통해 들어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부는 '2m 거리두기가 어려우면 마스크를 쓰세요'라고 할 뿐 '2m 거리두기가 가능하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됩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실제 정부 홍보물 중에도 조깅을 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쓴 경우가 많다. 정부가 애매한 규정을 제시하며 과잉 행동을 방조한 이유는 짐작하는 대로일 것이다. 방역에 있어서 만큼은, 지나쳐서 나쁠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도 따져보면 과잉 규제가 많다. 식당·카페나 PC방·오락실·노래방에선 집단감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정부는 확진자가 늘면 이 시설들부터 영업금지나 제한 조치를 내렸다. 김윤 서울대 교수는 이를 두고 "단체기합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작년 말(수도권 기준) 시작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거리두기 체계에도 없던 규제로 위헌 논란까지 일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군소리 없이 정부 방침을 따랐다. 마스크를 쓰라면 마스크를 썼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도 가게 문을 닫았다. 이런 자발적인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한국은 세 차례 큰 유행을 겪으면서도 '록다운'(봉쇄) 조치 없이 여기까지 왔다. 심지어 'K방역'으로 불리며 방역 모범국이란 명성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정부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방역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면, 이는 국민 누구나 함께 누려야 할 혜택이자 결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은 달랐다. 백신을 맞은 사람부터 '자유'를 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 방안에 따르면 1차 접종만 마쳐도 사적 모임 제한이 해제되고, 7월부터는 실외에서 노 마스크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

백신을 빨리 맞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층이나 특정 직군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은 아직도 언제 백신을 맞을지 기약이 없다. 전 국민 대상 예방 접종이 시작되기도 전에, 1차 접종률이 30%를 넘기기도 전에, 방역 완화를 인센티브로 내거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벌써부터 인터넷상에는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된다니 빨리 백신을 예약하자는 글이 넘쳐난다. 아무에게나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예비군 등을 대상으로 한 얀센 백신 90만 명분이 16시간 만에 '완판'됐고, 잔여 백신을 구하려면 매일 '클릭 전쟁'을 해야 한다. K방역의 끝은 각자도생인 셈이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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