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중사' 유족,  정계 조문객에 "억울함 풀어달라"

입력
2021.06.01 23:02
수정
2021.06.0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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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민주당 대표·심상정 의원 등 장례식장 찾아
유족 "군이 잘못 관리" 엄정수사 촉구하며 장례 미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공군 여성 부사관이 군대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상관의 회유·협박에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유가족은 빈소를 찾은 여당 지도부에게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A중사의 어머니는 1일 오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벌써 우리 딸 목소리를 못 들은 지가 며칠째인지 모르겠다"면서 "우리 딸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밤마다 동영상을 보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는 이어 "우리 딸은 자살방지센터에 전화도 하고 장문의 메일을 상담관에게 보내는 등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던 아이"라고 덧붙였다.

A중사 어머니는 딸의 아픔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자신을 탓했다. 그는 "딸이 '내가 만약 잘못되면 날 힘들게 한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라고 하면서도 나를 안심시키려고 '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며 "그 말을 더 헤아리지 못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어머니는 A중사가 가해자이자 선임인 B중사에게 성추행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가 딸이 지나가면 '꺼져'라고 한다거나, 자기가 일을 열심히 해서 가져가면 자신이 한 것마냥 보고한다는 이야기를 (딸에게)들은 적이 있다"면서 "그땐 '사회생활 하다 보면 그런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한 내가 못난 엄마"라고 자책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송 대표를 비롯한 여당 중진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정계 인사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유가족을 만나 사연을 듣고 시신 안치실에서 A중사의 명복을 빌었다. A중사는 지난달 22일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지만, 유족은 엄정수사를 촉구하며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송 대표는 유가족과의 면담을 마치고 난 뒤 "(고인이)20세에 입대해 4년간 국가를 위해 근무했는데 이런 비극적인 일을 당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단장이 떨어질 듯한 아픔을 겪는 부모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명복을 빌었다. 그는 "부모님께서 군이 잘못 관리해 (딸이 생명을 잃었다는 데에)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이 억울함을 남김없이 풀어줄 것을 부탁하셨다"면서 "당을 대표해 함께 온 의원들과 함께 책임지고 억울함을 풀고, 이런 사태가 다시 빚어지지 않도록 전반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대표는 또 "가족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보고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체적 보고만 들은 공군참모총장이나 국방부 장관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못볼 수 있었을 듯하다"면서 "공군 경찰·검찰 수사를 보강하는 등 안이하게 대응할 게 아니라, 국방부에서 직접 조사하는 게 타당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번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A중사는 충남 서산시 소재 공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 초 B중사의 강권으로 저녁자리에 불려 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석에서 B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후 A중사는 지난달 18일 다른 부대로 옮겼으나 전출 나흘 만에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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