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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부사관, 극단적 선택 왜…"軍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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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상관의 회유, 협박에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비극에 군 당국이 뒤늦게 진상 규명에 나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일 “군·검·경 합동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성추행 사건과 합의 종용, 회유, 은폐 등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성 군기 위반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일관하겠다”던 군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1일 공군과 유족 측에 따르면, 충남 서산의 모 공군부대 소속이던 20대 여성 A중사는 올해 3월 초 다른 부대원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 갔다. 선임인 B중사의 압박 때문이었다. 같은 부대 C상사 지인의 개업을 축하하는 술자리였는데, 업무와 연관이 없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에도 어긋났다. B중사는 “야근을 바꿔서라도 참석하라”고 강압했다. 귀가하는 차량에서 B중사는 A중사를 성추행했다. 차량은 후임 부사관이 운전 중이었다.
A중사는 다음 날 D준위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D준위 등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A중사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D준위는 A중사를 저녁 자리에 불러 “살면서 한 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회유했고, 문제의 회식을 주도한 C상사 역시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분노한 A중사는 부대 군사경찰에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다.
이후 A중사는 불안장애와 불면증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2개월간 청원 휴가에 들어갔지만 회유와 은폐 시도가 계속됐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이다. 가해자인 B중사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고, B중사의 가족들도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 달라”고 압박했다. 같은 부대 동료인 남자친구를 통한 무마 시도는 A중사에게 더 큰 고통이었다고 한다.
다른 부대로 전출을 원했던 A중사는 지난달 18일 청원휴가를 마치고 새 부대에 출근했지만, 이곳에서도 괴롭힘은 계속됐다고 유족 측은 토로했다. A중사는 사흘 뒤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지만, 같은 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성추행이 발생한 전 부대 관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을 자신의 휴대폰에 담았다.
유가족 대리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울었다”며 “ ‘군도 내 편이 아니다’라는 점에 가장 절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A중사의 신고로 강제추행 혐의 수사에 착수한 군사경찰은 4월 7일 B중사를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다른 부대로 전출된 B중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군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A중사가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상태 호전 후 조사받기를 원한다”는 성 고충 전문 상담관의 의견에 따라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이 같은 부대의 조치가 A중사를 더욱 좌절케 했다고 주장했다. 김정환 변호사는 “피해자는 해당 부대가 아닌 공군 본부 차원의 수사를 촉구했지만 묵살당했고 조사 당시 국선변호인의 비협조적 태도로 한 차례 변호인을 바꿀 정도로 제대로 된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군은 1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해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수사는 국방부 검찰단이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 받아 직접 나서기로 했다. 뒤늦은 조치다. 수사 과정에서 △상부 지휘관이 보고받은 시점 △조직적 은폐 시도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서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성폭력 사건은 개인이 아닌 조직 문화와 관련된 문제로 군 조직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철저한 수사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 등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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