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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사에 나도 당했다" 죽음으로 밝힌 네이버 '사내 갑질'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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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하던 직원들도 출근해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놓았다. 지난달 25일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 A씨의 임시 분향소가 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로비에 마련되자,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네이버 임원 B씨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추가로 등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IT회사 개발자 C(31)씨는 수년 전 넷마블에 재직할 당시 네이버에서 이직한 B씨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1일 한국일보에 밝혔다. C씨는 "상사였던 B씨가 장난을 빙자해 배를 주먹으로 치거나 뒤통수를 때리는 등 일상적으로 폭력을 가했고, 사원증을 개 목걸이처럼 끌고 다니면서 모욕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가 '이딴 식으로 할 거면 퇴사해라' '머리 구조가 어떻길래 그렇게 일하냐' 등 모욕적 발언도 자주했다고 한다. C씨는 "그렇게 당하고 나면 자괴감에 일을 못하다가 집에 가서 울었다"며 "B씨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퇴사했지만 그때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말했다.
수개월 전 네이버에서 이직한 김모씨도 이직 사유로 B씨의 괴롭힘을 꼽았다. 김씨는 B씨에 대해 "늘 한 명을 타깃으로 삼아 정신적으로 끈질기게 괴롭히던 사람"이라며 "A씨 역시 특별히 마음이 여리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은 B씨를 제어하긴커녕 알아서 직원들을 잘 닦달한다며 마음에 들어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에 B씨 못지않게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는 상급자가 더 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현직 직원 D씨는 "임원급 고위 인사 중에 '너희는 죄인이다' '너희는 올해 한 일이 없다' 등 심한 비하성 발언을 일상적으로 하는 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언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협업을 성사시켜야 네가 산다' '밤을 새서라도 끝장을 봐라' 등 강도 높은 실적 압박을 당하는 게 네이버에서의 일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IT업계에선 A씨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 "언젠가 터질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반응이 많다. IT업계가 다른 전통적 산업에 비해 수평적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고 외부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인격 모독과 실적 압박 등 내부 갑질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IT업계 역시 여느 회사처럼 상급자가 인사·보상 결정권을 쥐고 있고,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조직 특성상 창립자 등 이너서클 영향력이 막강한 점이 이런 수직적 문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D씨는 "1년에 2번 인사평가를 통해 성과급이 결정되는데, 상사에게 잘못 찍히면 2,000만 원 정도가 날아간다"고 토로했다. IT 대기업을 두루 다녔다는 네이버 직원 E씨 역시 "IT업계의 인사평가 지표가 객관적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부하 직원 모두 상급자 마음에 들려고 갑질을 기꺼이 감내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같은 대형 IT회사조차 직장 내 갑질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E씨는 "네이버를 포함한 IT업계 어디에서도 사내 윤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윤리위는 재발 방지보다는 사건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단속하는 걸 우선시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B씨에게 피해를 입을 당시 조직에서 어떤 대처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B씨가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 데려온 사람이라 건드리지 못한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측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책임 리더 B씨 등의 직무를 정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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