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을 여력도 없는데"…中누리꾼들, '세 자녀 허용'에 냉소

입력
2021.06.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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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 정책' 해시태그 웨이보 조회수 17억 회 돌파
"보육 여건 개선이 우선" 등 부정적 의견 다수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지난달 31일 원아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부부당 자녀를 3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내놨다. 옌타이=AFP 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지난달 31일 원아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부부당 자녀를 3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내놨다. 옌타이=AFP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며 산아제한 폐지에 나선 것과 관련해 중국 현지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세 자녀 출산 허용 정책에 대한 부정적 게시물과 관련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쏟아졌다.

1일 웨이보에 따르면 '세 자녀 출산 정책이 왔다'는 해시태그는 순식간에 조회수 17억 회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저출산은 셋째 아이를 낳지 않아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어서 비롯된 것", "모든 사람이 롤스로이스 3대를 사지 않는 게 롤스로이스 구매가 제한돼 있기 때문인가", "우리는 실질적 보조금 정책을 원한다", "언젠가 갑자기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할까 봐 두렵다" "최고의 산아제한은 996(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 등의 의견을 내놨다.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세 자녀 허용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음 세대를 키울 수 있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세 자녀 허용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음 세대를 키울 수 있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이 웨이보 사용자를 대상으로 셋째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됐는지 묻는 온라인 설문에는 30분 만에 응답자 3만 명이 몰렸고, 90%가 '절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이후 조용히 삭제됐다.

세 자녀 정책의 효과를 반신반의하며 이를 풍자하는 밈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세 자녀를 뒀다는 이유로 748만 위안(약 13억 원)의 벌금을 냈던 장이머우 감독의 사진에 "800만 위안을 돌려 달라"는 문구를 넣은 밈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35년간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을 접고 두 자녀를 허용한 지 6년 만에 세 자녀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시행 시기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산아제한 푸는 게 효과적이라면 '두 자녀' 정책만으로 효과 있어야"

중국의 '국민 감독' 장이머우 사진을 활용한 밈. 세 자녀를 뒀다는 이유로 지불한 벌금 약 800만 위안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모습. 인터넷 캡처

중국의 '국민 감독' 장이머우 사진을 활용한 밈. 세 자녀를 뒀다는 이유로 지불한 벌금 약 800만 위안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모습. 인터넷 캡처

이와 관련해 주요 외신들도 이 같은 중국 누리꾼들의 부정적 반응을 비중 있게 다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 당국의 발표 직후 '너무 큰 부담'이라는 제목으로 젊은 중국인 부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생후 7개월 된 자녀를 둔 중국 산시성 시안의 30대 부부는 "모든 아이에게 집과 학위로 보상해 주지 않는 한 우리와는 상관없는 정책이라고 동료들과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또 아내와 단 둘이 광둥성 주하이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연구원은 "요즘 중국에는 두 명 이상 아이를 갖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중국 정부가 정말 진지하게 출산을 장려하고 싶다면 복지·육아·직장 내 성차별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도 "대부분 양육 책임은 여성이 도맡아 왔고 사회는 여성에게 많은 지원책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허난성 정저우 출신 30세 여성의 말을 전했다. 한 아이의 어머니인 이 여성은 "남성이 아이를 키우는 데 더 많은 일을 하거나 가족이 여성을 더 배려한다면 많은 여성이 둘째 아이를 낳고 싶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장쯔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즉각적인 영향은 긍정적이지만 거시적 차원에서는 영향이 적을 것 같다"며 "장기적인 것은 정부가 양육비, 특히 교육과 주거비를 성공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산아제한을 푸는 게 효과적이었다면 현재의 '두 자녀' 정책도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어야 한다"며 "근본적 문제는 생활비가 너무 비싸고 생활 압력이 너무 크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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