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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을 여력도 없는데"…中누리꾼들, '세 자녀 허용'에 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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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며 산아제한 폐지에 나선 것과 관련해 중국 현지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세 자녀 출산 허용 정책에 대한 부정적 게시물과 관련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쏟아졌다.
1일 웨이보에 따르면 '세 자녀 출산 정책이 왔다'는 해시태그는 순식간에 조회수 17억 회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저출산은 셋째 아이를 낳지 않아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어서 비롯된 것", "모든 사람이 롤스로이스 3대를 사지 않는 게 롤스로이스 구매가 제한돼 있기 때문인가", "우리는 실질적 보조금 정책을 원한다", "언젠가 갑자기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할까 봐 두렵다" "최고의 산아제한은 996(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이 웨이보 사용자를 대상으로 셋째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됐는지 묻는 온라인 설문에는 30분 만에 응답자 3만 명이 몰렸고, 90%가 '절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이후 조용히 삭제됐다.
세 자녀 정책의 효과를 반신반의하며 이를 풍자하는 밈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세 자녀를 뒀다는 이유로 748만 위안(약 13억 원)의 벌금을 냈던 장이머우 감독의 사진에 "800만 위안을 돌려 달라"는 문구를 넣은 밈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35년간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을 접고 두 자녀를 허용한 지 6년 만에 세 자녀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시행 시기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주요 외신들도 이 같은 중국 누리꾼들의 부정적 반응을 비중 있게 다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 당국의 발표 직후 '너무 큰 부담'이라는 제목으로 젊은 중국인 부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생후 7개월 된 자녀를 둔 중국 산시성 시안의 30대 부부는 "모든 아이에게 집과 학위로 보상해 주지 않는 한 우리와는 상관없는 정책이라고 동료들과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또 아내와 단 둘이 광둥성 주하이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연구원은 "요즘 중국에는 두 명 이상 아이를 갖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중국 정부가 정말 진지하게 출산을 장려하고 싶다면 복지·육아·직장 내 성차별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도 "대부분 양육 책임은 여성이 도맡아 왔고 사회는 여성에게 많은 지원책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허난성 정저우 출신 30세 여성의 말을 전했다. 한 아이의 어머니인 이 여성은 "남성이 아이를 키우는 데 더 많은 일을 하거나 가족이 여성을 더 배려한다면 많은 여성이 둘째 아이를 낳고 싶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장쯔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즉각적인 영향은 긍정적이지만 거시적 차원에서는 영향이 적을 것 같다"며 "장기적인 것은 정부가 양육비, 특히 교육과 주거비를 성공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산아제한을 푸는 게 효과적이었다면 현재의 '두 자녀' 정책도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어야 한다"며 "근본적 문제는 생활비가 너무 비싸고 생활 압력이 너무 크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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