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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비단 주머니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된 까닭은

입력
2021.06.01 12:00
수정
2021.06.0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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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때와 같은 효과 내겠나' 묻자 "공감 살 것"
"뭐가 사랑일까…장인 사랑해 결혼하겠나"
"대표 되면 유승민은 불리, 안철수는 유리"

지난달 30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장모가 진짜 어떤 결격 사유가 있을 것 같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그러면 와이프를 버려야 하나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줄 '세 개의 비단 주머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러면 마누라를 버리라는 것이냐'를 연상하게 하는 발언이다. 장모의 비위와 와이프는 상관없기에 문제가 없다는 점으로 윤 전 총장 가족 문제를 돌파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방어할 건 방어하는 기본적인 역량이 있는 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단 주머니에 대해 "삼국지에 세 개의 주머니라고 나오니 세 개라고 이야기 한 것"이라며 "삼국지에서 다섯 개로 나왔으면 다섯 개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비유를 꼭 직설적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방어 유치하게 안 하겠지만, 남자라면…"

2019년 5월 23일 경남 진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부통령이 직접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권양숙 여사에게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5월 23일 경남 진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부통령이 직접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권양숙 여사에게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이 전 최고위원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처럼 대응하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것도 포함될 수 있다"며 "그게 노 전 대통령의 굉장히 중요한 연설이었다. 장인은 돌아가셨고 그걸 알지 못해 부인과 결혼했는데 연좌라고 할 수 있는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16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장인의 빨치산 이력 의혹 공세로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그러면 마누라를 버리라는 것이냐"고 반박해 오히려 상황을 역전시켰다.

이 전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은) 역사의 질곡 속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 들어간 것이고, (윤 전 총장의 장모는) 혐의가 확인된 건 아니지만 금융사기에 가까운 사건이라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진행자 분은) 뭐가 사랑이라고 보세요. 와이프가 진짜 사랑스러운데"라며 역으로 질문했다.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강원도 강릉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강원도 강릉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장인을 사랑해서 결혼하는 사람이 있을까요"라며 "장모의 결격 사유를 미리 알았다면 와이프를 버려야 되냐. 그 상황에서 남자 김어준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느냐"고 되받아쳤다.

이 전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했던) 같은 대응으로 그만한 효과를 거두겠느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에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유치하게는 안 할 테지만 그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공감을 살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이 대형 실수하면 다른 후보가 역전할 수 있어"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달 31일 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100분 토론' 생방송에 나와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후보, 이 후보, 주호영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달 31일 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100분 토론' 생방송에 나와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후보, 이 후보, 주호영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최고위원은 "이준석이 대형 실수를 하면 다른 후보의 역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당원 투표 70%가 여론조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판세 변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라 투표 정보를 다른 사람한테 의탁하는 경우가 없다"며 "조직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있지만, 모바일 투표를 하는 상황에서 덩어리 표는 생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적으로 당원을) 실어 나르는 개념이 통하지 않고 문자 온 사람들 중에서 보는 사람만 투표하는 것이니 여론조사와 비슷하게 샘플링이 된다"고 강조했다.

2018년 3월 26일 오후 대전 BMK웨딩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당원 대표자대회에서 안철수(왼쪽) 인재영입위원장과 유승민 공동대표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3월 26일 오후 대전 BMK웨딩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당원 대표자대회에서 안철수(왼쪽) 인재영입위원장과 유승민 공동대표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최고위원은 0선 당대표에 대한 우려에 대해 차기 대권 양강 구도를 형성한 윤 전 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를 거론했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 모두 원내 경험이 없다며 자신이 대표를 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교롭게도 야당도, 여당도 원내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선 지지율 1위를 하고 있다"며 "원내 경험이 없다고 지적하는데 양 진영 대선 주자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원내 경험이) 꼭 필수 불가결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계'란 지적에 대해 "제가 만약 당대표가 되면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 전 의원"이라며 "(대선 후보 경선) 룰에 있어서 유 전 의원이 조금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이준석이가 그것 때문에 그랬다'고 할 테니 제가 방어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라며 "제가 안 대표를 안 좋아하는 건 온 세상이 알기에 (안 대표에게) 조금만 불이익에 가까운 결과가 나와도 '이준석이 안철수를 싫어해서 그렇다'고 할 것 아니냐"고 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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