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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 없다면 이준석 백 명이 온다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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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경력도 없는 30대 정치인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70년대 초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제기한 후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지금처럼 화두가 되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하기는 40대 기수론이 제기되었을 때에도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이야기가 나왔었고 2021년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 이야기가 나왔으니, 50년 동안 한국 정치가 크게 변화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정치 경력이 전무한 인사를 대선 후보로 영입하려고 한창 구애 중인 정당에서 10여 년 전 정치에 뛰어든 이후 5개의 정당을 거치면서 나름의 다양한 정치적 경험을 쌓은 사람에게 경륜 부족을 지적할 수도 있겠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4.9세이며, 전체 의원 중 83%가 50대 이상이었다. 당시 선거인 중 30대 이하 유권자의 비중은 34%에 달했지만, 20~30대 국회의원은 13명에 그쳤다. 2000년대 이후 비례대표 할당제에 힘입어 여성의원의 비율이 조금씩 늘어 지난 총선에는 19%에 달했으니, 이제 연령대별로도 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왜 한국 정치에서 청년 정치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울까?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청년 후보를 발굴하고 공천하기 위해 소동을 벌이지만, 정작 이들이 당선 이후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은 전무하다. 결국 소수의 청년 정치인들은 유권자에게 생색을 내고 필요할 때 상대 정당을 공격할 저격수로 활용하는 정도로만 소비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세력화되지 못한 개별 청년 정치인 몇 명으로는 한국 정치의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청년 세대를 대변하기 위해 반드시 청년 정치인이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소위 실질적 대표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이 어떤 사람이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입안하고 활동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구성이 전체 유권자의 구성을 정확하게 닮을 필요는 없더라도, 다양한 배경의 의원들이 국회에 진출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대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조직력과 인지도를 갖추지 못한 후보가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어렵다면, 국회의 다양성과 대표성 증진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은 비례대표제를 통해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도입된 선거제도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비례성을 높여서 다양한 목소리를 대표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버렸다.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기 위해 '준'연동형이라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제도를 만들었고, 그나마도 위성정당을 통해 제도의 효과를 무력화시켰다. 따라서 내년 대선이 치러지면 더 늦기 전에 선거제도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지역구 숫자를 줄이기 어렵다면 의원정수를 늘려서라도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동시에, 다양한 의원과 정당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설사 이준석 전 위원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된다고 해도 그리고 앞으로 몇 명의 이준석이 더 나온다고 해도, 한국 정치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청년 유권자는 여전히 정치의 주체가 아닌 관객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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