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 드문 일 아냐"… 中 회유하는 美

입력
2021.06.01 08:24
수정
2021.06.01 09:01
구독

前 FDA 국장, 코로나 기원 파악 협조 촉구
"'우한시장 동물서 비롯' 가설, 사실상 기각"

지난해 1월 중국 우한 화난 수산시장 입구를 중국 공안과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지난해 1월 중국 우한 화난 수산시장 입구를 중국 공안과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武漢) 연구소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을 받아들이라고 중국을 압박 중인 미국이 ‘회유 카드’도 꺼냈다. 미국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을 정도로 연구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드물지 않다면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BS방송에 나온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연구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일이 드물지 않고 그런 사고는 미국에서도 일어난 적이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연구실 유출 가능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런 시설에 대한 국제적 주의를 더 강화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충분히 가능한 사고이고 그래서 납득도 될 수 있으니 어서 실수를 인정하라고 중국을 설득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 연구소 기원설을 중국에 낙인을 찍으려는 미국 등 서방의 정치적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주장하는 코로나 기원 파악의 목적은 향후 적절한 대응이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앞으로 이런 종류의 고위험 연구에서, 그리고 이런 연구를 수행하는 ‘생물학적 안전성 4레벨’(BSL-4) 고등급 보안 연구소에서 통제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건 그래서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중국이 기원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며 우한 연구소 연구원들의 혈액 샘플과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원형 및 초기 샘플 등을 그 사례로 거론했다.

코로나19의 기원이 우한 시장의 동물이라는 가설은 사실상 기각됐다는 게 고틀리브 전 국장의 판단이다. 그는 연구실 유출설과 자연(동물) 기원설의 정황 근거 목록을 회계 장부에 비유하며 “코로나19가 동물원성 감염원, 즉 자연으로부터 나왔음을 시사하는 장부의 항목은 축소된 반면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장부 항목은 계속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간 숙주, 즉 인간에게 전염시키기 전에 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동물을 철저히 수색해 봤지만 그런 동물을 찾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원 파악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그는 “우리는 이게 연구소에서 나왔는지 아닌지를 결코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할지 모른다”며 운이 좋아 중간 숙주를 찾아내거나 가능성은 없지만 중국 내 내부 고발자가 나오거나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추정ㆍ가능성으로 끝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음모론 면책의 길을 열어 두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이다.

권경성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