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냐 탈환이냐… 대선만큼 뜨거운 지방선거 '물밑 경쟁'

입력
2021.06.01 04: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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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1년 광역단체 출마 후보>
오세훈 재도전 의사 속 박영선과 리턴 매치 예고
경기지사 전해철 유은혜 정병국 심재철 등 거론
울산·경남, 선거개입·드루킹 변수… 부산 재대결??
제주·충북·강원은 현직 불출마로 '무주공산' 치열

'수성이냐, 수복이냐.' 내년 6월 1일 치러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전국의 정가가 물밑에서 분주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야권은 이반 정세를 업고 탈환의 군불을 지피는 반면, 여권은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텃밭을 다지며 수성 전략을 수립 중이다.

수도권에선 여야 거물들이 재대결을 예고했고, 영남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진행 중인 송사 결과에 따라 판세가 출렁일 수 있다. 3선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무주공산이 된 강원?충북지사 자리를 놓고는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현역 지자체장의 자리 굳히기에 들어간 호남에선 새 얼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반전이 나올지 주목된다. 석 달 앞서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파고까지 겪어야 하는 제8회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을 17개 광역단체별로 살펴봤다.

민선 8기 광역단체장 출마 유력 후보. 그래픽=강준구 기자.

민선 8기 광역단체장 출마 유력 후보. 그래픽=강준구 기자.


여야 거물들의 재대결 펼쳐질 수도권

수도권에선 거물 정치인의 ‘리턴 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5년 임기를 상정해 각종 정책을 펼치겠다"며 일찌감치 재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이에 지난 재보선에서 패했던 ‘삼수생’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오 시장의 대항마로 거론된다. 선거 패배 직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던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앞으로 1년은 새 시대의 서막을 준비하는 시간이어야 한다”며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국민의힘 후보 경선을 거치며 몸집을 키운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인천에서도 박남춘 시장과 유정복 전 시장의 재대결 여부가 관심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 시장이 유 전 시장의 재선을 막기 위해 출사표를 내던졌는데, 이번엔 그 반대가 됐다. 민주당의 홍영표·윤관석 의원도 후보군에 이름이 있다. 국민의힘에선 유 전 시장과 이학재 인천시당위원장이 출마 채비를 갖췄다.

경기도지사의 경우 이재명 지사가 “국민이 원하면 대권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정치가 변화무쌍해 도지사 재선도 선택지에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사실상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지사 거취와 상관없이 여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후보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선 정병국?심재철?원유철 전 의원 등 전직 다선 국회의원 중심으로 후보군이 짜였다. 정의당에선 당 간판인 심상정(4선) 의원과 19대 의원을 지낸 박원석 당 사무총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울산시장 사건?드루킹 판결이 영남 선거 변수

3년 전 지방선거에선 영남의 보수 독점 구도가 완전히 깨졌다. 민주당은 부?울?경 3개 광역단체장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부산 16곳 중 13곳, 경남 18곳 중 7곳, 울산에선 5곳 모두 차지했다. 그러나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반전된 분위기와 지자체장 관련 법원 판결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남도지사 선거는 현역인 김경수 지사의 ‘드루킹 사건’ 대법원 상고심 결과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김 지사의 연임이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여당에도 큰 타격이다. 민주당에선 김 지사와 함께 3선 민홍철 의원, 재선 김정호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탈환을 노리는 국민의힘에선 후보가 넘쳐난다. 국회부의장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5선의 이주영 전 의원은 이미 창원에 사무실을 내고 도지사 도전을 공식화했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선 윤영석·조해진·박완수·윤한홍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최근 “무죄 선고를 확신하며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아직 재판 중이란 점이 부담이다. 그의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민주당에선 이상헌 의원과 심규명 변호사,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출마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김기현 의원(전 울산시장)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출마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정갑윤 전 의원, 3선의 이채익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부산에선 재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박형준 시장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리턴매치’ 성사 여부가 관심을 끈다. 김 전 장관은 보궐선거 패배 후 페이스북에 “부산시민의 곁에서 다시 부산의 미래를 농사짓겠다”는 글을 올리며 재도전을 시사했다. 박재호 의원과 친문 핵심인 전재수 의원,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인 최인호 의원도 민주당 후보군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선 5선의 서병수 의원과 3선의 김도읍·장제원 의원이 후보들이다.

경북도지사 선거는 이철우 현 지사가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아직 뚜렷한 대항마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구는 권영진 시장이 3선 출마 의지를 보인 가운데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다.

무주공산 제주도 10여명 후보 거론

광주시장 선거는 이용섭 시장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재격돌(민주당 경선)이 유력하지만 바닥 표심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청렴도 평가에서 2년 연속 꼴찌의 광주시정, 정치권에서 보여준 과격한 이미지가 두 인물의 발목을 잡고 있다. 광주 북구갑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얼굴을 알린 정준호 변호사가 새 정치를 내세우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불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쇄신 돌풍이 ‘젊은 광주시장론(論)’을 자극할지 관심이다. 야권에선 김주업 진보당 광주시당위원장이 후보로 나선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유력 후보들은 벌써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출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측근들은 당내 경선 대비를 위해 권리당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 소속 김윤덕?안호영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혔고, 김승수 전주시장도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전남에선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줄곧 1,2위를 기록한 김영록 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하다. 현재 뚜렷한 당내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야권에선 유일하게 진보당의 민점기 전남도당 지도위원만 출마를 표명했다.

제주는 대권을 꿈꾸고 있는 원희룡 지사가 지난 4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다. 오영훈·위성곤 민주당 의원과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장성철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 등 여야에서 10여 명이 후보로 거론된다.

3선 연임 충북?강원도지사도 경쟁 치열

충북?강원도지사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가 3선 연임 제한에 따라 출마하지 못하면서 ‘디펜딩 챔피언’ 없이 치러지게 된다.

충북지사직엔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유력 여권 후보로 거론된다. 본인이 출마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당 안팎에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3선 국회의원과 주중대사를 지낸 노 전 실장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의 조력자로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국민의힘에선 정우택 전 충북지사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강원도지사 선거에선 여야 거물급들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춘천 출신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내세우고, 국민의힘이 권성동 의원과 김진태 전 의원 등으로 맞불을 놓을 경우 빅 매치가 예고된다.

충남에선 2010년 안희정 전 도지사 취임 이후 12년째 도정을 장악한 민주당의 수성 의지가 강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양승조 지사의 재선 도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야권에선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명수 의원이 적극 나서고 있다.

세종은 ‘세종시 설계자’인 민주당 소속 이춘희 시장의 3선 도전 여부가 관심사다. 지지율이 급락한 여당이 당 차원의 절박함을 호소하면서 이 시장의 ‘차출설’이 떠돌고 있다. 그가 불출마할 경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보좌관 출신인 조상호 현 경제부시장이 민주당 후보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후보로는 행정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최민호 세종시갑당협위원장과 국제변호사인 성선제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대전에선 민주당의 허태정 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재선을 노리고 있다. 박용갑 중구청장과 장종태 서구청장도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허 시장에게 패했던 박성효 전 시장이 설욕전에 나설지 주목된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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