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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결과에 중국은 왜 절제했나

입력
2021.06.01 00:00
수정
2021.06.01 10:16
27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24일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라온 정례 내외신 기자회견 전문엔 한미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이 첫 번째로 언급되었다. 질문을 한 외신 기자는 공동성명에 '한미동맹 강화' 내용이 담겨 있음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한미 공동성명 내용을 "주목했다(注意, has taken notice)"고 하면서 이에 대해 "관체를 표시한다(表示?切, express concern)"고 했다.

사뭇 온화한 총평이다.

그는 말을 이으며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언급된 것과 관련해서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에 속한다(台?????中??政)"고 했다. 역시 원칙적 수준의 표현이다. '내정간섭(干涉?政)'이란 조금 더 강한 표현도 쓰지 않았다.

중국이 타국과의 갈등 시에 썼던 용어 수위들과 비교해 보면 이는 더욱 확연하다. 일례로 미국과 홍콩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했을 때 중국 외교부가 미국에 대해 사용했던 표현인 '미친(?狂)', '강렬한 분노 표시(表示强烈?慨)', '엄중한 내정간섭', '엄중한 관계 훼손', '무지막지(??无理)' 등과 비교해봐도 그렇다(중국 외교부 브리핑, 2020년 12월 8일).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 하지 마라(不要玩火)'라는 생동적 표현이 있지만 '유관국가(有??家)'라고 하여 역시 '한국'을 직접 지칭하지 않고 비켜갔다.

그렇다면 분석적 측면에서 볼 때 던져야 할 질문은 오히려 왜 중국이 이토록 '절제된' 반응을 보였는가에 모여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반중 노선으로 선회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형국이기 때문이기에 그렇다.

공동성명을 보면 중국이 민감해할 미사일 지침 해제는 물론이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을 규정하는 표현인 인도태평양전략,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자유, 쿼드(Quad) 중요성, 심지어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보는 대만 문제까지 두루 포함되었다. 더불어 호주와 중국 관계를 파탄으로 만들었던 코로나19 원인 규명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지지한다(support)'는 표현까지 포함되었다. 그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공동 성명에 담긴 내용으로만 볼 때는 한국이 미국편으로 확실히 돌아섰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전 외교부 관료는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의 미국과의 공동성명이 역대 어느 보수 정부보다도 중국보다 미국 측에 매우 가까이 간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서 대단히 놀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불과 두 달여 전만 해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중은 우리의 선택의 대상은 결코 아니다"라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중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겠다"고 한 입장 표명(3월 31일)에서 이번에 갑자기 '친미'로 선회한 한국의 전격적 입장 변화에 대해 궁금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절제된' 반응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워싱턴 역시 한미정상회담을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일각에서는 이것이 혹시 내년 대선 등 한국의 국내 정치를 겨냥한 '전술적 조정'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하는 듯하다. 결국 중국과 미국 모두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의 실제 이행 여부를 주목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후 워싱턴 정세평론가 고든 창은 미국 의회지(The Hill)에 문재인 대통령을 "한국 역사상 가장 반미적 대통령(the most anti-American president in South Korea's history)"이라고 했다(5월 24일). 이는 성공적 한미정상회담 후에도 양국 사이 신뢰 구축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이성현 미국 ICAS 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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