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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자꾸 '과거사 사과'하는 佛 마크롱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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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오래전 자국이 저지른 잘못을 또 사과했다. 과거 제국주의 유럽국 정상들 중 두드러지게 적극적인 대(對)아프리카 관계 개선 행보다. 진정성의 발로라는 설명이지만 중국, 러시아 등과의 ‘이익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구애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집권 이래 아프리카와의 관계 재설정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그 방법이 바로 과거 재조사”라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노력은 올 들어 더 눈에 띈다. 당장 27일 르완다를 찾아가 한 일이 그 일환이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집단학살 희생자 추모관에서 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4년 투치족 대학살에 프랑스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뒤 공식은 아니지만 용서를 구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진실을 말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사과보다 더 가치 있는 발언”이라고 화답했다.
파격 언행은 사실 일찌감치 예고됐다. 대학살 27주년이던 4월 7일 프랑스 정부는 베일에 가려 있던 당시 외교ㆍ군사 기밀 문서를 대중에 공개했는데, 2019년 진상 조사를 지시한 이가 마크롱 대통령이었다. 르완다뿐 아니다. 100년 넘게 식민 지배하며 탄압한 것도 모자라 독립전쟁 과정에서 150만명을 죽게 만든 알제리를 상대로는 묘비 헌화를 시작으로 더 성의 있게 대응했다.
프랑스는 동기의 순수성을 강조한다. 르완다 방문 때 마크롱 대통령을 수행한 에르베 베르빌 의원은 가디언에 “우리는 우리와 우리 행동의 결과를 감내하는 사람들에게 정직하기 위해 우리의 과오와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베르빌 의원은 프랑스 가정에 입양된 르완다 집단학살 생존자다.
그러나 외교에서 국익보다 우선하는 건 없다. 베르빌 의원도 “역사를 도구화하고 착취하려는 중국, 러시아 등 경쟁자들의 시도를 좌절시키는 것도 과거사 반성의 목적”이라고 고백했다. 실제 중국은 식민지 제국주의 세력들에 의해 억압당한 기억을, 러시아는 냉전 시절 반(反)서방 유대감을 자극해 대아프리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데, 선제적 청산으로 이들의 힘을 차단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프랑스 전략의 핵심은 요컨대 ‘새 술은 새 부대에’다. 과거사를 털려는 건 미래 교두보를 놓기 위해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소재 안보연구소(ISS)의 분석가 모하메드 디아타는 “아프리카 젊은 세대와의 대화 기회를 여는 데 과거가 중요하다는 걸 마크롱이 알아챈 듯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새 공략 대상은 구원(舊怨)이 없는 옛 영국 식민지 남아프리카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알렉스 바인스는 “옛 식민지가 역사적 관계야 밀접할지언정 거기에 프랑스가 돈을 벌 기회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28일 자국을 방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백신 제공 및 백신 개발 역량 지원을 약속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다른 서구 지도자들과 달리 아프리카를 존중한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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