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경쟁력이냐, 당내 경선 통과냐… 엇갈리는 與 잠룡 행보

입력
2021.05.3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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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왼쪽부터)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명(왼쪽부터)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상반된 행보를 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선 본선까지 염두에 둔 전략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이 지사를 뒤쫓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일단 내부 경선 승리를 위한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는 최근 거침 없는 친기업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24일 경기 화성의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이 지사는 "불합리, 불필요한 규제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규제 완화론을 펴는가 하면,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기업 고위층에선 ‘친기업 정치인’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또 "암호화폐(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1년 연기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암호화폐 과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내 중론과는 다른 견해로 2030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침 없는 '사이다' 발언으로 환호를 받았던 이 지사가 최근 들어 부쩍 경제와 안정감에 방점을 찍는 것을 두고 "중도 표심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경기 지역의 민주당 의원은 30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대선 본선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의제들에 (이 지사가)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 정세균은 당심에 우선순위

이 지사를 추격하는 입장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중도층 민심도 챙겨야 하지만, 경선 표심을 좌우하는 당심 확보에 좀 더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최근 검찰 수사를 반박하는 회고록을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조 전 장관이 뿌리신 개혁의 씨앗을 키우는 책임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정 전 총리 역시 "자식을 둔 아버지로, 아내를 둔 남편으로 가슴이 아린다"고 절절한 공감을 표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지지자들에 대한 지나친 아부"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그간 민주당 내부에서 중도 온건 노선으로 분류됐다. 그랬던 이들이 최근 검찰·언론 개혁의 조속한 완수를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는 것은 결국 경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 열성 지지층을 의식한 전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1년 가까이 안 하고 있는 이 지사의 행보와도 비교된다. 두 인사가 최근 일본이 도쿄올림픽 지도에 독도를 표시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올림픽 보이콧도 불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민주당 지지층이 공유하는 반일 정서를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빅3와 다른 신진 후보들의 '차별화 전략'

'빅3' 대선주자들을 넘어 반전을 노리는 다른 여권의 후발주자들은 일단 인지도 측면에서 시선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출마 선언을 한 이광재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과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선호하지 않는 주장을 과감히 내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밭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밭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 1호로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박용진 의원 역시 '빅3'를 겨냥해 "줄 세우기, 세 과시, 계파 정치가 바로 구태 정치"라고 직격하는 등 세대 교체론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무게감이 '빅3'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로선 당내 경선을 치를 6명 후보를 추리는 예비 경선(컷오프) 통과를 위해, 일단 개성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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