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서 어린이 215명 유해 발견

입력
2021.05.29 10:33
수정
2021.05.2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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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원주민 아동 집단수용
학대 방치 아래 죽음 잇따라

1970년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캠루프스에 위치한 인디언 기숙학교 전경. 캐나다 기록보관소

1970년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캠루프스에 위치한 인디언 기숙학교 전경. 캐나다 기록보관소

캐나다에서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운영된 한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어린이 유해 215구가 발견됐다. 그중엔 세 살배기 아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州)에 위치한 캠루프스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지표투과레이더를 통해 땅에 묻혀 있던 유해들이 확인됐다. 학교 관리자인 로잔느 카시미르는 “일부 유해는 세 살 정도로 어렸다”며 “기록으로도 남지 않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죽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검시관 및 박물관과 협력해 이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달 예비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캐나다는 인디언과 이뉴이트족, 유럽인과 캐나다 원주민 혼혈인인 메티스 등을 격리해 기숙학교에 집단 수용한 뒤 백인 사회 동화를 위해 언어 및 문화 교육을 했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 언어 사용이 금지당했고, 엄격한 훈육 아래 육체적ㆍ정신적ㆍ성적 학대 등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가 자행됐다.

당시 원주민 어린이 15만명이 139개 기숙학교로 보내졌는데 캠루프스 기숙학교는 그중 가장 큰 규모로 500명가량이 수용돼 있었다. 이 학교는 1890년부터 1969년까지 캐나다 정부를 대신해 가톨릭교회가 운영했다. AFP통신은 “캐나다 원주민의 빈곤과 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 높은 자살률 등의 원인으로 원주민 기숙학교 경험이 지적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문제를 조사해 온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15년 보고서를 통해 원주민 기숙학교를 ‘문화적 집단학살’로 규정했다. 위원회는 학대와 방치 속에 사망한 원주민 어린이 3,200명의 이름과 신상 정보를 파악했지만,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죽었는지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유해 발견 소식에 “마음이 찢어진다”며 “캐나다 역사의 어둡고 부끄러운 시기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트뤼도 총리는 2017년에도 원주민 기숙학교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 사과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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