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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추왓추] 야심찬 패션 천재... 꿈대로 성공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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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재능은 타고났다. 야망이 있다. 성격은 불 같다. 향락을 즐기고 사랑엔 부나방 같다. 위태로우면서 매혹 넘치는 인생이다. 1970년대 미국 패션 아이콘이었던 로이 홀스턴(1932~1990)의 삶이 그랬다. 불꽃처럼 재능을 소진하고 사라졌다. 불행한 천재의 면모였다. 미니시리즈 ‘홀스턴’은 한평생을 시너처럼 살다 떠난 홀스턴의 삶을 조명한다.
홀스턴(이완 맥그리거)은 모자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미국 패션계의 스타가 됐다. 그의 모자를 재클린 케네디가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서 쓰면서 사업은 번창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모자 시장은 작았다. 재클린이 부른 모자 열풍은 짧게 끝났다. 홀스턴은 패션 주류가 되길 원한다. “미국 패션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열정과 재능이 있으나 이를 지탱해줄 돈이 없다.
홀스턴은 후원자를 찾아 나선다. 홀스턴의 재능을 높이 산 여성 재력가가 그를 돕는다. 도약을 위한 발판이 필요하다.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전에서 프랑스ㆍ미국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과 패션 대결을 펼친다. 영혼의 친구인 유명 뮤지컬 배우 라이자 미넬리가 적극 돕는다. 동료들 역시 재능을 한껏 발휘한다. 대결은 승리로 끝난다. 세계 패션계가 홀스턴을 주목한다. 의류 사업가 데이비드 마호니(빌 풀먼)과 사업 제휴를 맺는다. 홀스턴은 날아오르기만 하면 된다.
사업은 번창한다. 홀스턴이 만들면, 미국 사람들이 입었다. 옷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가구 사업에도 진출했다. 홀스턴이라는 이름은 세련된 삶을 의미했다. 홀스턴은 막대한 돈에 파묻혀 성공과 향락을 즐겼다. 마약과 술과 남성을 탐닉했다. 동료와 친구들은 그의 향락에 기꺼이 동참했다. 홀스턴은 동성 연인을 갈아치우거나 거리에서 하룻밤 사랑을 즐겼다.
명성과 돈 앞에 장애물은 없었다. 홀스턴은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을 비즈니스에 내주지 않았다. 돈이 우선인 동업자들은 불만이 컸지만 권력은 홀스턴에게 있었다.
거칠 게 없었던 홀스턴에게도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자만과 독선이 적이었다. 홀스턴은 패션을 산업보다 예술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몰락은 예고됐지만, 홀스턴에게는 느닷없었다. 가장 힘겨울 때 홀스턴 주변엔 친구가 거의 없었다. 마음에 없는 독설이 문제였다. 화려한 삶 이후 몰락이라 쓸쓸했다. 홀스턴은 삶의 다른 의미를 찾아야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친구가 그나마 그에게 힘이 된다.
홀스턴의 삶은 희귀하지만 묘한 공감대를 부른다. 대중의 환호에도 불구하고, 외로워 하며 사랑을 갈망하는 홀스턴이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모습이 마음을 울린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홀스턴의 삶은 불우한 천재의 삶 그 자체다. 재능은 빼어났고, 세상은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예정된 것처럼 성공했고, 정해진 것처럼 몰락했다. 사랑으로부터 배신 당하고, 사랑을 배신했다. 흔한 천재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특별한 삶은 언제나 눈길을 잡는다.
‘홀스턴’은 성공에 목말라하다 성공을 누리고, 성공 때문에 무너져 내린 한 사람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선정적인 이야기를 선정적으로 풀어내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한다. 노골적인 동성애 묘사가 이어지고, 마약 흡입 장면이 바통을 주고 받는다. 대중성에 방점을 찍는 드라마다. 괴팍한 천재의 삶을 화면에 복원한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엄지손가락 두 개로도 모자라다. 버스나 전철 등으로 이동 중에 보기엔 민망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67%, 시청자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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