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작년 2월 애인 챙기느라 봉쇄 검토 뒷전"… 최측근의 폭로

입력
2021.05.27 21:01
수정
2021.05.27 22:3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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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보좌관, 의회서 코로나 부실 대응 비난
"위기 체제 구축 미루고 2주간 휴양지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4일 런던 다우닝가 브리핑룸에서 화상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4일 런던 다우닝가 브리핑룸에서 화상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지난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행태가 지금은 등돌린 최측근에 의해 노골적으로 폭로됐다. 백신 접종 속도전 성과를 토대로 최근 선거에서 압승한 존슨 총리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하원에 나간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은 지난해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늑장 대응으로 사망자가 수만 명이나 늘었다며 사과하고, 7시간에 걸쳐 존슨 총리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커밍스 전 보좌관 증언은 구체적이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 당시 영국 총리실은 위기 대응 체제 구축을 미루는 등 안이한 대처로 일관했다. 2월 초 존슨 총리가 2주간 휴양지로 떠난 데 이어 상당수 핵심 인사들도 같은 달 중순 스키를 타러 갔다.

2월 중순 존슨 총리에게는 사적인 골칫거리가 있었다. 이혼을 마무리짓는 중이었고 여자친구 캐리 시먼즈는 임신과 약혼을 발표하고 싶어했다. 봉쇄 검토에 여념이 없는 정부를 상대로 시먼즈가 반려견 기사를 갖고 화를 내며 공보 담당자들에게 처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안보 담당자들이 들어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동 공습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보고했고 이 때문에 코로나19 회의는 완전히 밀려났다는 게 커밍스 전 보좌관 얘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최측근이던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이 26일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최측근이던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이 26일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존슨 총리가 봉쇄를 주저한 건 코로나19 공포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을 2차 봉쇄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에도 존슨 총리는 버텼다고 한다. 등 떠밀려 한 1차 봉쇄 탓에 경제 피해가 커졌다고 믿어서였다. 뒤늦게 물의를 빚은 존슨 총리의 ‘차라리 시체가 높이 쌓이게 놓아 두겠다’라는 발언을 당시 직접 들었다고 커밍스 전 보좌관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자신이 사임한 배경도 그는 공개했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존슨 총리와 사이가 틀어지고 있던 터에 총리의 약혼자인 시먼즈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친구들을 총리실 특정직으로 채용하려 시도한 일과 관련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도발 변이 확산’ 英에 獨 이어 佛도 빗장

커밍스 전 보좌관의 폭탄 발언 때문에 내년 초쯤 코로나19 대응 결과를 평가한다는 영국 정부의 계획도 어그러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탓에 약 12만8,000명이 숨지며 세계에서 5번째로 큰 피해를 본 영국은 지난해 12월 이후 정부의 백신 접종 속도전 덕에 일상 복귀 목표에 먼저 도달하는 듯했지만 최근 인도발(發) 변이 확산으로 봉쇄 완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한 달 반 만에 3,000명을 상회했다. 21일 독일에 이어 이날 프랑스도 영국에서 들어오는 입국객을 상대로 일정 기간 자가격리 의무화 등을 통해 빗장을 걸어 잠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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