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씨가 범죄로 숨진 정황 없어" 의혹 조목조목 반박한 경찰

유족·네티즌 제기 의혹 24건 반박 담은 문건?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려 음모론 확산 차단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수사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22)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재까지 손씨가 범죄로 사망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또 손씨 유족이나 네티즌들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한 문건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하며 "현재까지 변사자(손정민)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며 "혐의점이 발견됐다면 누군가는 피의자로 입건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유족 등의 의심과 달리 실종 당시 손씨와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에게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74개소에 설치된 126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한편, 목격자 7개 그룹 16명의 진술을 확보하고 일부 조사자에 대해선 현장 동행 조사와 법 최면, 포렌식 등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손씨가 입고 있던 셔츠의 좌측 어깨와 목 부위에서 혈흔이 검출됐지만 모두 고인의 혈흔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새로 공개했다.

경찰, 유족·네티즌 제기 의혹 일일이 반박

지난달 25일 오전 2시18분쯤 친구 A씨가 손정민(22)씨 옆에서 가방을 멘 채 앉아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뉴스1

이날 경찰은 그간의 수사 진행 상황을 정리한 23쪽 분량의 문건을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특히 문건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사건 관련 의혹을 24건(손씨 및 A씨 행적 8건, 손씨 사인 12건, A씨 관련 4건)으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을 내놨다.

경찰은 손씨가 해외여행 중 물속에서 촬영한 사진과 국내에서 물놀이하는 영상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손씨가 스스로 물에 들어갔다가 익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그 이유로 고인이 평소 물을 무서워했다고 주장해온 유족에 대해 경찰이 사실상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다만 "(손씨의) 정확한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손씨 실종 당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남성 혼자 강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복수의 목격자 진술을 공개했던 경찰은, 이 남성이 손씨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손씨 실종 이후 서울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63명을 전부 조사한 결과 해당 남성과 관련성이 없는 걸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씨가 손씨와 함께 물에 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A씨가 손씨 실종 당일 귀가하면서 탑승했던 택시기사의 진술을 들어 반박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택시기사는 "A씨 옷이 젖어 있었는지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운행을 마치고 내부 세차를 할 때 (A씨가 앉았던)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공통된 진술을 근거로, 손씨와 A씨가 다퉜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에도 선을 그었다.

목격자가 촬영한 사진에서 파생된, A씨가 사건 당일 오전 2시18분쯤 술에 취해 누워 있는 손씨의 주머니를 뒤졌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사진을 찍은 목격자가 "A씨가 손씨 옆에서 자기 짐을 챙기고 그를 흔들어 깨우는 장면"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별도 자료를 내고 손씨 양말에 묻은 토질 성분이 강가에서 10m 떨어진 지점의 강바닥 성분과 비슷하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 대한 부연 설명도 내놨다. 전날 유족이 손씨 양말에 강가 10m 이내 흙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민이가 (10m 지점까지) 공중으로 날아갔다는 것이냐"며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경찰은 "보행의 특성, 신발을 신고 걸어가다 벗겨졌을 가능성, 유속 흐름으로 (양말에) 접착된 토양이 이탈했을 가능성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정민씨 아버지가 공개한 손씨의 생전 모습. 바닷가에서 신발을 신고 있다. 블로그 캡처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