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빼라더니 도쿄올림픽에 슬쩍 넣은 일본의 이중 플레이

입력
2021.05.29 20:00
2018 평창올림픽 때와 180도 달라진 일본
日누리꾼들 "韓 불참하라... 국교 단절하자"
日 '들끓는 취소론·1940년의 저주' 극복할까

외교부는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한 도쿄올림픽 지도를 즉각 시정하라고 24일 주한일본대사관에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6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 설치된 독도 모형. 뉴스1

일본의 '독도 도발'은 정치적 중립을 중시하는 올림픽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올림픽을 활용하는 모습인데요.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일본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본 열도 옆에 작은 섬을 표시했는데,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그려 놓은 겁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와 일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180도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본에서 스포츠로 촉발한 독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불리할 땐 '스포츠 정신', '정치적 논란 차단'을 외치고, 지금은 "한국에게 지면 안 된다"고 하니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올림픽 지도 수정 요구를 거부했는데요. 외교부는 앞서 24일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한 올림픽 지도를 수정할 것을 주한일본대사관에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주한일본대사관 측은 "지도 시정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여권의 올림픽 보이콧 주장" 기사 올린 야후 재팬

일본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중 성화 봉송 루트를 소개하는 지도에 독도가 보이지 않지만 확대하면 희미한 점으로 찍혀 있다.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일본 언론과 포털 사이트는 한국의 여권 인사들의 '도쿄올림픽 보이콧 시사' 발언을 발 빠르게 전하며 독도 논란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입니다.

교도통신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내용을 적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보도했습니다. 정 전 총리는 26일 페이스북에 "도쿄올림픽 불참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교도통신 보도 이후 많은 일본 언론이 정 전 총리의 발언을 기사화했습니다.

정 전 총리와 차기 대권을 경쟁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일본이 (수정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독도에 대한 우리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말했죠.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은 여당인 민주당의 관련 논평을 다룬 기사를 사이트 메인 화면에 올렸는데요. 그것도 한국 언론의 기사를 말이죠.

야후 재팬은 국내 한 언론사 일본어판의 "한국 여당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수정하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도 강력한 조치를 요구"란 제목의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이 전날 낸 논평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대한 즉시 수정을 요구하며, IOC도 강력히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내용입니다.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이 27일 사이트 메인 화면에 '올림픽 지도에 표시된 독도를 수정하라'고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논평을 다룬 한 국내 언론사 일본어판의 기사를 실었다. 야후 재팬 캡처

일본 누리꾼들은 이에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며 한국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한국과 국교를 단절하자", "한국은 도쿄올림픽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대로 '한국은 받지 말자'는 보이콧 운동을 펼쳐야 한다"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계인의 화합과 축제의 장을 만들어야 하는 개최국 일본이 오히려 특정 국가를 배척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일본 언론이 한국 외교부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독도(獨島)'라고 적은 걸 다케시마로 표기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낸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독도 관련 기사에 "한국의 불법 점거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옛날부터 조선반도와 일본 사이에 있는 섬은 독도가 아닌 다케시마였다"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글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 일본 누리꾼은 최근 우리나라 육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병사들에게 제공한 부실 급식 사실을 공유하며 "이렇게 먹고 나라를 지킬 수 있겠냐. 곧 다케시마를 가져올 수 있겠다"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서경덕 "독도를 자기들 땅으로 홍보하려는 日의 저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한반도기 사진. 서 교수는 도쿄올림픽조직위 홈페이지에 올린 일본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한 올림픽조직위와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이용해 독도 도발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 7월 도쿄올림픽조직위 홈페이지에 올린 일본 지도에 독도를 일본 땅인 것처럼 표시한 이후 도발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3월 말 성화 봉송 경로를 담은 지도에 독도를 지우지 않아 논란이 됐죠.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지난해 홈페이지에 성화 봉송 일정과 경로를 소개한 지도에 시마네(島根)현 북서쪽에 작은 점을 표시했는데, 독도를 사실상 일본 영토라고 표기한 겁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도 지도를 수정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아울러 시마네현에 속한 오키섬을 성화 봉송 지역으로 삼았는데요. 오키섬은 독도와 가장 가깝고 다케시마 역사관이 자리한 곳입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를 두고 "독도가 일본 땅임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려는 꼼수이자 저의가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18 평창올림픽 때 한반도기 문제 삼았던 스가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외투 위에 울릉도·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일본 정부와 누리꾼들의 태도는 3년 전과 비교하면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일본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반도기에 독도를 빼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에 독도가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는데요.

이때 공개석상에서 우리 정부에 항의한 건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였습니다. 당시 스가 총리는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비춰 (독도 표기 한반도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정치적 사안과 스포츠를 분리한다는 IOC의 정신을 따르기 위해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빼기로 했죠. 많은 국민과 독도 관련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일본의 요구를 수용한 겁니다.

2017년 5월 29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국민은 9년 전인 '2012 런던올림픽' 때도 독도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같은 해 8월 10일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3위 자리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는데요.

당시 박종우 선수는 한국이 2대 0으로 일본을 누르자 한 응원단이 건넨 독도 관련 플래카드를 들어 올렸습니다. 플래카드에는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써 있었죠.

일본 측은 즉각 IOC에 항의했는데요. 하지만 IOC는 이듬해 2월 박종우 선수의 태도가 계획적이지 않아 정치적 활동으로 볼 수 없다며 동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 누리꾼들은 당시 '한국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죠. "올림픽에서 너무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 "그런 행동을 하는 게 바보란 생각이 안 드느냐", "한국 사람들은 이걸 영웅 취급하느냐"고 조롱했습니다.

아사히신문 "스가, 올림픽 취소 결단하라"

5월 26일자 아사히신문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아사히신문 촬영

그런데 올림픽을 이용해 독도를 영유권 분쟁 지역처럼 홍보하려던 일본의 전략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일본의 유력 일간지이자 이번 도쿄올림픽 후원사인 아사히신문이 '올림픽 취소' 주장을 펼쳤습니다. 일본 내 영향력이 큰 일간지가 개최 취소를 주장한 건 처음인데요. 아사히신문은 26일 '도쿄올림픽 취소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란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도쿄도가 올림픽 야외 응원장을 만들기 위해 시내 대표적 녹지인 요요기공원을 훼손한 걸 두고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야외 응원장 설치를 반대하는 인터넷 서명에는 약 9만 명이 동참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을 어떻게든 개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불 같은 의지에도 '취소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1940년 올림픽의 저주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일본은 만주사변을 일으킨 1932년 '1940 도쿄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섰고, 함께 유치에 나섰던 이탈리아를 설득한 끝에 개최 티켓을 따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켰고, 미국과 유럽에선 '도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일본은 1938년 7월 도쿄올림픽 개최 포기를 선언했고,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도쿄올림픽은 열리지 않았죠. 같은 해 겨울에 열기로 했던 '1940 삿포로동계올림픽'도 취소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국내에 들끓고 있는 취소 여론과 주변국들의 강한 항의, 81년 전 저주를 모두 뚫고 도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까요. 개최까지 남은 두 달 일본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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