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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간호공무원의 비극, 남일 아냐"... 쉴 틈 없는 보건소 의료진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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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건소에서 간호팀장으로 일하는 A씨는 27일 자신의 요즘 일상을 두고 "한 달 넘게 '투잡'을 뛰고 있다"고 표현했다. 주간에는 예방접종센터에 파견돼 일한다. 센터 근무가 끝나는 오후 6시엔 원래 일하던 보건소로 가서 기존 업무를 다 처리하고 밤 10시쯤에나 퇴근한다. A씨는 "버티지 못하고 휴직을 하는 동료가 늘고, 그 때문에 남은 사람들의 부담이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이제 백신 접종까지 본격화되면 업무가 더 늘어날 거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에겐 부산 동구보건소의 간호직 공무원 이모(33)씨가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 선별진료소 운영과 역학조사, 자가격리 지원에 이어 백신 접종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보건소 직원들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8일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의 병원을 맡아 격무에 시달리면서 인력 충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보건소 직원 B씨는 "코호트 격리 병원을 맡으면 지옥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며 "감염 우려 때문에 한 달 넘게 집에 못 갔고, 검사를 하려다 치매 환자분이 던진 물건에 맞아 병원에 다녀온 적도 있다"고 했다.
부산의 한 보건소에 근무하는 C씨도 "코호트 병원 파견은 기피업무라 순번을 돌리는데, 선별진료소나 예방접종센터, 추진단 등에 파견을 나간 동료들이 워낙 많아 업무 분장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소 직원 수는 평균 60명 안팎인데, 이들 대부분은 1년 넘게 코로나 검사와 역학조사, 자가격리 등에 동원됐다. 최성호 부산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선별진료소 근무는 물론, 방문이나 전화로 확진자와 접촉자를 관리하고, 자가격리자 교육과 물품 지급도 해야 하고, 환자 이송이나 검사기관에 검체를 이송하는 업무까지 다 맡아 하고 있다"며 "거기에 치매 등 기존의 보건소 업무까지 병행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 보건소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업무량이 더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60~74세 고령층 접종은 전국 1만4,500여 개의 위탁의료기관에서 이뤄지지만, 이 기관들을 교육하고 애로사항이나 돌발 상황 발생 시 대응 지침을 일일이 전달하는 것은 모두 보건소 직원들의 몫이다.
보건소 직원 B씨는 "남는 백신을 줄이기 위해 대기자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여의치 않으면 예약자를 다른 보건소로 안내해야 한다"며 "예방접종이 더 확대되면 관련 업무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뻔히 예상된 상황이고, 정부는 거듭 인력과 예산 지원을 약속해왔음에도 현장에선 변화를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문병구 부산 동래구 보건소 지부장은 "인력이 조금 늘었지만, 한참 뒤에나 충원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기준인건비 자체가 너무 낮게 책정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성호 사무처장은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간호직 공무원의 의료업무수당은 1986년 이후 5만 원으로 동결돼 있고, 보건직 보건간호사는 의료업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다시 한번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라 현장점검이나 예방접종에 지자체 행정인력을 지원하는 식으로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또 다른 지원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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