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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무슨 죄…" 진압군 총탄에 스러진 미얀마 어린이 73명

입력
2021.05.27 17:23

3월 미얀마 만달레의 집 앞에서 물을 긷다 진압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툰 아웅의 장례식에 그의 사진과 간단한 음식이 놓여 있다. 이라와디 캡처

3월 미얀마 만달레의 집 앞에서 물을 긷다 진압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툰 아웅의 장례식에 그의 사진과 간단한 음식이 놓여 있다. 이라와디 캡처

올해 3월 22일 미얀마 만달레이 찬미타지 마을. 쿠데타 군부의 만행을 피해 집에만 있던 소년 툰 아웅(14)은 가족에게 “내가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고심하던 어머니는 “집 앞 수도시설에서 물 좀 떠오라”고 했다. 진압군이 연일 들쑤시는 인근 마을과 달리 찬미타지에는 아직 군인들이 들이닥치지 않아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분 뒤 총성이 울렸다. 어머니는 황급히 뛰쳐나갔고 그의 눈 앞엔 물통을 든 아들이 숨진 채 쓰러져 있었다. 이동 중이던 군 병력이 거리를 지나던 아웅을 연습사격하듯 쏜 것이다.

같은 달 27일엔 몬주(州) 마울라인과 만달레이 밍갈라, 슈웨보에서 10대 청소년 3명이 진압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관 위에는 생전에 좋아하던 키티 인형과 장난감 총만 쓸쓸히 놓여 있었다.

2월 미얀마 쿠데타 발발 이후 시위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된 아동과 청소년들. 이라와디 캡처

2월 미얀마 쿠데타 발발 이후 시위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된 아동과 청소년들. 이라와디 캡처

군부는 여전히 쿠데타 발발 이후 한 명의 아동도 죽이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다. 군은 3월 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아버지의 품에 안겨 살해된 여섯 살 킨 묘 칫 사건에 대해서도 수색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 국제아동인권단체의 거듭된 항의에 “증거를 가져오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는 중이다.

하지만 잔혹한 국가폭력을 입증할 사진과 동영상은 차고 넘친다. 27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민주세력을 대표하는 국민통합정부(NUG)가 직접 파악한 시위 도중 사망한 어린이는 최소 73명이다. 이것도 이달 중순 이후 교전이 격화한 친주 민닷과 사가잉주 카니 등의 피해 현황은 빼놓은 숫자다. 인권단체들은 이들 지역에서 포탄에 스러진 아이들 수를 합칠 경우 희생자는 족히 100명은 될 것으로 본다. 모두 25개 지역에서 어린이 사망자가 나왔고, 아웅이 살던 만달레이에서만 가장 많은 26명이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최대주주로 참여 중인 미얀마 야나다 가스전 현장의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최대주주로 참여 중인 미얀마 야나다 가스전 현장의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국제사회는 반성할 줄 모르는 군부를 응징하기 위해 최대 돈줄인 ‘가스전 사업’부터 옥죄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은 앞서 12일 미얀마 야다나 가스전 사업에 책정된 군부기업 미얀마가스수송회사(MGTC)의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군부가 입을 금전적 손실은 적어도 4,360만달러(48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토탈의 결정은 다른 외국 에너지기업들의 도미노 이탈을 부르고 있다. 토탈과 함께 야다나 가스전 사업에 참여 중인 미국 기업 셰브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얀마 국민 및 국제사회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국영 석유기업(PTTEP) 등 군부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나머지 기업들도 전략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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