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기원 재조사 압박에… “美 먼저 조사해야” 중국의 물타기

中 "코로나 기원 조사 요구는 美 정치 공세"
美 육군 포트 데트릭 연구소부터 공개해야"
2019년 하반기 여러 나라에서 발병 주장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1월 중국 우한을 찾은 WHO 전문가팀이 코로나 발생 초기 환자들을 치료한 진인탄 병원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생한 것은 맞다. 하지만 발원지는 아닐 수 있다.”

지난해 3월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의 발언이다. 이후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주장해왔다. 이듬해 2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발원지를 우한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중국은 1년 만에 면죄부를 받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이 재조사를 요구하며 몰아붙이면서 중국은 다시 당혹스런 상황을 맞았다.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국의 대응 논리는 단순하다. 코로나 기원조사 요구를 과학을 무시한 정치공세로 폄하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발병 사례도 함께 규명하자고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주미 중국대사관이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담화. 미국의 코로나 기원 조사 요구를 "정치조작, 낡은 수법"으로 비난하고 있다. 홈페이지캡처

주미 중국대사관이 선봉에 섰다.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코로나 기원 문제에 대한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부 세력이 정치 자작극의 낡은 수법을 부리고 있다”며 “방역에는 신경 쓰지 않고 과거의 교훈을 잊은 채 정치조작과 비난에 열중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코로나 기원조사 논란을 ‘정치 바이러스’라고 규정한 뒤 “전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모든 코로나19 조기 발생 사례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비밀연구기지, 생물실험실 등에 대해서도 완전하고 투명하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조사 대상으로 2019년 7월 폐쇄된 메릴랜드주 포트 데트릭 실험실을 지목하고 있다. 미 육군 생물무기 연구의 핵심 시설이다. 미국이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를 바이러스 유출의 진원으로 단정해 공격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2019년 전 세계 코로나19 발병 일지(중국 이전에 코로나 발견), 최초 발생 부인하는 중국 주장의 근거 그래픽=송정근기자

미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심지어 우한보다 먼저 바이러스 감염이 보고된 사례도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19년 하반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가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중국 책임론’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항변이다. 나아가 코로나 발생 초기에 경보를 울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등 서구는 왜 대응을 안 하고 빈둥거렸나”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특히 중국은 24일 세계보건총회(WHA) 개막에 맞춰 대만의 옵서버 참석을 촉구하던 미국이 ‘전략적 경쟁자’를 흔들기 위해 코로나 기원조사로 표적을 바꿨다며 반발하고 있다. WHO 기원조사에 연관된 국제 전문가들의 의혹 제기도 “중국을 비판하기 위해 미 정부가 압력을 가한 것”으로 치부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과학의 정신보다 정치적 목적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