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선생님 브이로그에 학생 얼굴 막 나와도 되나요" 교사 브이로그 논란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유튜버 달지는 지난달 15일 경기 교육청에 사표를 수리했다고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밝혔다. 달지는 4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교사 유튜버다. 그는 교실에서 랩을 하는 영상을 올리며 유명세를 탔다. 랩, 음악 영상뿐만 아니라 학교 브이로그(Vlog) 등도 수차례 업로드했다.
달지는 사표를 낸 이유에 대해 "수차례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억지스러운 민원에도 공무원의 입장에서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민원이 반복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
그러면서 "선생님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을 포기하는 것이며, 교육청이나 학교, 학부모, 학생들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사 유튜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중에서도 학교 브이로그를 올리는 교사에 대한 불만이 온라인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며칠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 브이로그 유튜버의 실상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반 담임이 계속 브이로그를 촬영해 올리던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적었다.
이어 "모자이크와 실명을 부르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 듣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인터넷에 내세우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며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더 가관인 교사들도 많더라"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대놓고 '도랐네' 등의 자막을 쓰는 분도 있더라. 교사도 공무원인데 품위 유지는 어디 있느냐"며 "제발 본업에 신경써달라"고 했다.
다음 날에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같은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경우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이들 목소리를 변조해주지 않거나 모자이크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인터넷은 온갖 악플들이 난립하는데, 아이들이 노출되는 건 너무 위험하다"며 "개인 정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이 아이들의 신상을 알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교사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생활기록부에 악영향이 갈 것을 우려해 침묵하는 학생들이 있다고도 적었다.
청원은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7,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지난달 2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사의 학교 브이로그 금지 청원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교총은 일부 문제로 브이로그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교육적 취지를 살리도록 보완,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사의 브이로그 활동이 학생과의 소통, 교사 간 교류, 전문성 제고 등 순기능이 많다는 것. 다만 앞서 여러 누리꾼들이 지적했듯이 학생들의 초상권 침해나 비속어 자막 등의 문제는 걸러내야 한다고 했다. 또 사전 동의 절차와 개인 정보를 철저히 지키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28일 교총은 홈페이지에 교사의 브이로그 관련 주의사항을 담은 안내문을 올렸다. 교총은 온라인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을 되짚으며 브이로그 촬영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헌법과 초상권, 음성권 침해 등 법률 조항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그렇다면 교사의 유튜브 활동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걸까.
국가공무원법 제64조에는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은 도서 집필과 같은 '창작 활동'으로 분류돼 있어 학교장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교육부는 2019년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르면 본연의 직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유튜브 활동이 가능하다.
다만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최소 요건에 도달한 경우에는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글이 광고 계약 파트너로 인정하는 최소 요건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0명 이상, 영상 연간 총 재생시간 4,000시간 이상이다.
또 교육부는 지침에서 "학생이 등장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 학생 본인 및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며, 학교장은 사전에 촬영 허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교사 브이로그'를 검색하자 지침 준수 여부를 알 수 없는 영상이 여럿 나왔다. 상위에 노출된 영상 중 아이들의 얼굴이 가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 등장하는 영상도 있었다.
특히 유튜버 구제역은 브이로그를 하는 교사들의 제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문제 제기에 나섰다.
구제역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댓글을 남겼는데 4명의 학생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에게 연락한 학생들은 교사의 유튜브(동동쌤) 영상에 자신의 얼굴이 무단으로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구제역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십만 회의 조회수가 나온 영상에 자신의 얼굴이 나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 봐 불안을 호소했다.
구제역은 선생님의 인기 때문에 피해 학생이 유튜버 교사에게 영상 내려달라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유튜버 동동쌤은 "겸업 허가 승인을 받았으며 아이들의 얼굴이나 개인 정보가 모자이크 없이 노출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제역은 영상 일부를 캡처해 모자이크가 잘못돼 아이들 얼굴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보인다고 했다. 또 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한 점도 문제 삼았다.
동동쌤은 교무실에서 마스크 없이 브이로그를 촬영하고 학부모 상담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모든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구제역은 또 다른 교사 유튜버 희클래스에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채로 학생들 영상을 올렸는데 학생들, 부모님 개인정보제공동의서 받고 찍은 거 맞냐"며 질문했다.
구제역이 또 문제를 제기한 유튜브 채널 '윤리쌤의 하루'는 학생의 개인 정보가 노출된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구제역은 그가 근무시간에 유튜브 촬영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자신에게 전화해 사과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교사 유튜브 채널은 2,534건(중복 포함)에 달한다. 이 중 유튜브 광고 수익 최소 요건인 구독자 수 1,000명을 충족해 겸직 허가를 받은 유튜브 채널은 528건이다.
지방의 한 중학교 음악 교사 A씨는 구독자 수가 1,000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일상 브이로그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 영상, 학교 브이로그 등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다.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A씨는 "수업 첫 시간에 유튜브를 한다고 소개하면 아이들 관심이 뜨겁다. 출연시켜달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2019년 여름부터 유튜브를 시작한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업에 유튜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원격 수업이 시작되면서 실시간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충한다.
그는 학생들의 장구 수행평가 준비를 하기 위해 장구하는 법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2만 회를 넘어섰다. 댓글창에는 영상을 수업에 활용해도 괜찮겠냐는 초·중·고등학교 교사로 추정되는 이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수업 외에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상도 영상에 담는다. A씨는 학교 우쿨렐레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어 아이들의 공연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영상은 주로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시간에 찍는다.
학생들이 출연하는 영상은 보다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했다. 영상 제작 전 출연 동의서를 학부모 서명과 함께 받아 둔다. 2019년 마련된 교육부 지침을 따르는 것이다. A씨는 "동의를 받는 절차가 번거롭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번 논란에 대해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유튜브 활동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이드라인을 잘 지켜서 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딥페이크와 같은 기술이나 악플 등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교사들은 교사 브이로그에 대해 걱정스러운 면도 이야기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가정 교사 성모씨는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일상을 드러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학교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논란에 대해 "한 명의 학생이라도 불편해하면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평소 교사들의 브이로그를 즐겨본다는 서울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 유모씨는 "교사 유튜버들이 수업 방법을 공유하는 것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업 때 학생들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는데 선생님이 사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아이들의 초상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심각성을 인지한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일선 학교에 관련 안내를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부는 "최근 일부 교원이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교원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는 국민청원과 민원 등이 증가됐다"면서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경우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할 수 있도록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내에는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개인방송 때 지켜야 할 특별 유의사항이 담겼다. 영상에 학생을 출연시킬 경우 사전에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하며, 동의를 받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견 수렴을 거쳐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